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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설(世說)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이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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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 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현 미국 하버드대 교환교수)

건강보험이 통합된 지 지난 1일로 11주년을 맞았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최근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대두되면서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올해 1~4월 8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주범은 낭비적인 의료체계다. 수술이나 검사를 많이 해야 수익이 더 남는 ‘행위별 수가제도’가 가장 큰 문제다. 또 대학병원이 감기환자, 동네의원은 암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전달체계와 미국보다 로봇수술을 많이 할 정도로 신의료기술을 남용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고비용 의료체계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건강보험은 지속될 수 없다. 표준적인 진료에 따라 정액 진료비를 책정하는 포괄수가제도, 큰 병원에 가지 않아도 동네의원에서 환자의 건강을 더 잘 관리해주는 주치의제도, 신의료기술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이 같은 개혁이 성공하려면 개혁을 해도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과 의료계에 주어야 한다.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로 인해 개혁적 처방이 좌절된 경험이 있다.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더라도 병원이 수익을 내려고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나 약 처방을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도 국민이 동네의원에서 대학병원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비용 대비 효과가 분명히 있는 경우에는 비싼 신의료기술이라도 건강보험이 보장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병원과 의사의 진료 실력을 알 수 있는 정보를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보장하는 것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과잉진료를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가 있다. 지난 11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별 의료서비스의 질과 진료비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왔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정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몇몇 질환과 수술에 대한 정보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필요한 의사별 질과 비용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다.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병원과 의사별로 사망률, 환자만족도, 진료비 수준 등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김 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현 미국 하버드대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