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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서 약 팔면 수입 준다고…일본 약사들, 항의한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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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약(藥) 지배권을 두고 의료계와 약계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30일 약사회가 일반약(약국 판매약) 확대 당위성을 주장하자 의사협회가 “논의 불가”를 외쳤다. 1일 열리는 의약품분류소위원회에서 양측의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이 같은 ‘약 싸움’은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야마모토 노부오(山本信夫·사진) 일본 약제사회(약사회) 부회장은 “약품 분류로 인해 약국의 수입이 감소하는 문제로 항의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대신 일본 약사회는 약품의 안전성을 중시한다. 야마모토 부회장은 “환자들이 약을 잘못 사용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돈벌이 문제는 별개다. 안전성이 보호돼야 한다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일본의 약품 재분류는 의사와 약사의 협상이 아니라 시스템이 담당한다. 야마모토 부회장에 따르면 의료용 약품(우리의 전문약·의사 처방 필요)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안전성이 확인되면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약으로 자연스레 바뀐다는 것이다. 소비자나 제약회사 등이 “의료용 약품을 일반약으로 바꿔 대중화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면 약 전문가(의학자·약학자)들이 논의하고 결과를 후생노동성 관련 위원회에 보낸다. 야마모토 부회장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

 - 약사회나 의사회가 로비하지 않나.

 “의학자와 약학자 논의 결과가 행정부(후생노동성)로 넘어가기 직전에 약제사회와 의사단체 등에 통보된다. 자료가 방대한 데다 시간이 부족해 로비할 시간이 없다.”

 -약제사회가 약국 경영자를 대변하지 않나.

 “우리가 1990년대 중반부터 안전한 약은 일반약으로 풀어 달라고 요구한 건 사실이다. 건강음료나 비타민 등을 (수퍼판매용) 의약외품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우리가 의료용 약품을 일반약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한 일은 없다. 엄밀히 말하면 (부작용이 적은) 리포비탄D(일본판 박카스) 판매가 약제사가 할 일인지는 좀 생각해 봐야 한다.”

 야마모토 부회장이 언급한 행정부 위원회는 후생노동성 산하 리스크검토회를 말한다. 10명의 위원 중 7명이 위생약학·생약·신장(고혈압) 내과 등의 약 전문가다.

 일본은 일반약의 95%를 편의점·드럭스토어·수퍼마켓 등에서 판다. 대신 등록판매사를 둬야 한다. 고교 졸업자 중 1년의 드럭스토어 근무경험이 있으면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3만여 명이 배출돼 있다. 2009년 도입됐다. 등록판매사를 도입할 때 일본 약제사회가 가만있었을까.

 야마모토 부회장은 “등록판매사 시험이 약사 시험보다 훨씬 쉽지만, 그렇다고 아주 쉬운 내용은 아니다. 약제사회가 직접 시험문제 출제 등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행정부처에도 약사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전문가(약사)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편의점에서 약을 판 뒤 약국 매출이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반약과 의약외품(드링크류) 판매가 편의점 수입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추측이 빗나갔다고 한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강신후 기자, 박소영 도쿄특파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일본의 약 분류체계=의사 처방이 필요한 의료용 약과 일반약으로 나뉜다. 일반약은 일부 모발용제 등 약국에서만 파는 것과 수퍼나 편의점에서 파는 약으로 나뉜다. 수퍼용 약이 95%이며 감기약·해열제·위장약·소화제 등이 있다. 리포비탄D 같은 드링크·비타민은 의약외품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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