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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들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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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 검찰 간부들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김준규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검찰총장회의 만찬에 참석한 뒤 연회장을 나서고 있다. [김도훈 기자]

2011년 6월 2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세찬 빗줄기를 뚫고 청사로 들어선 대검 직원들은 뜻밖의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만표(52·사법연수원 17기·검사장급)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김준규(56·11기) 검찰총장에게 사표를 냈다는 얘기였다.

 검찰과 경찰의 합의를 거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결됐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경찰에 유리한 쪽으로 수정되자 항의성 사표를 던진 것이다.

전날 대검은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법사위가 검사 수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바꾼 것은 입법부의 월권”이라고 지적했었다.

 홍 부장과 함께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대검의 김호철(44·20기) 형사정책단장 등 부장검사 3명이 모두 사의를 표했다는 소식이 이날 오전 들려왔다.

김 총장도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수정안이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세계검찰총장회의가 끝난 뒤인 다음 달 4일 사의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대검 대변인을 통해 “28일 국회 법사위의 의결은 관계부처 장관과 검경의 수장이 서명까지 마친 정부 합의안을 번복한 것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또 다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김홍일(55·15기) 대검 중수부장과 신종대(51·14기) 대검 공안부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기자들이 취재에 나섰지만 이들의 전화기는 모두 꺼져 있었다. 한찬식 대검 대변인이 즉각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후 7시30분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김홍일·신종대 부장은 물론 조영곤(53·16기) 형사·강력부장, 정병두(50·16기) 공판송무부장 등 대검 부장 5명의 전원 사의표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박용석(56·13기) 대검 차장은 이들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귀남(60·12기) 법무부 장관과 김 총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혼돈과 동요로 점철된 하루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정은 이해하나 국가기관인데 (줄사표를 내는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검찰이 신중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박진석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검사장급=2009년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된다. 다만 직책에 따라 고검장급 검사, 검사장급 검사 등으로 나눈다. 대검의 부장들은 검사장급이 맡고 있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검찰청 검찰총장(제37대)

1955년

[現]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

1956년

[現] 대검찰청 공안부 부장

1960년

[現]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부장

1959년

[現]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 부장

1958년

[現] 대검찰청 공판송무부 부장

196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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