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상속·증여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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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증여·상속세를 매기기로 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상속세를 매겨야 한다는 당의 요구에 기획재정부가 공감했다”며 “30일 열리는 한나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재정부가 그런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도 “일감 몰아주기로 오른 주식가치 등에 대해 증여·상속세를 매기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의 자녀·친척 등이 경영하는 계열사인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생기는 수익을 사실상의 편법 증여로 보고 세금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최근 재정부에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로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증여·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만들어 오라”고 요구했었다.

 김성식 부의장은 “일부 품목의 경우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MRO를 통해서만 구매하도록 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추후 조달관계법을 개정하면 그게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정태근 의원이 발의한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법안’은 ▶공공기관은 중소기업 및 중소 소모성 자재 납품업자와 우선 계약을 체결하고 ▶중소기업청장이 중소 MRO 업체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관 또는 단체를 종합지원센터로 지정하고 ▶정부는 지원센터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기업에 맞서 중소기업들이 싸울 수 있게 하고, 일부 공공부문에 대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법안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업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업 조정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정진섭 정책위 부의장은 “장기적으로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 업종은 제조업 분야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서비스업에도 적용하면 전산·사무용 소모품 등에 대한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제한해 중·소상인 보호가 가능해진다.

당정은 또 계열사 간 내부 거래 공시 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내부 거래 내역이 공시되면 해당 대기업이 부담을 느껴 시장이 공정해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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