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심난(甚難)과 심란(心亂)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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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태풍 ‘메아리’에 이은 장맛비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올해는 장마 기간이 길고 강우량도 많을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시설물 관리를 철저히 해놓았지만 큰 태풍이 오면 속수무책이어서 심난하다” “큰비에 구제역 매몰지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에 주변 농민들은 심란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와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마음이 어수선함을 표현할 때 이처럼 ‘심난하다’ 또는 ‘심란하다’를 쓰곤 한다. 바른 표현은 ‘심란하다’다.

  ‘심란(心亂)하다’는 ‘마음 심(心)’자와 ‘어지러울 란(亂)’자가 만나 ‘마음이 어지럽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심란한 얼굴을 하고 있다”처럼 사용된다.

 ‘심난(甚難)하다’는 ‘심할 심(甚)’자에 ‘어려울 난(難)’자를 써 ‘심하게 어렵다’는 의미로 쓰인다. “심난했던 계약이 드디어 성사됐다” “심난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심난하다’는 지극히 어렵다는 뜻인 ‘지난하다’와 비슷한 의미다. 따라서 ‘지난하다’와 바꿔 쓸 수 있는 곳은 ‘심난하다’, 바꿔 쓸 수 없는 곳은 ‘심란하다’를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해도 기억하기 쉽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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