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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 여성 + 전문대 남성 … 학력 파괴 커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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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결혼한 신모(41)씨는 대학 강사다. 캐나다 유학을 다녀온 박사 학위 소지자다. 그녀가 배필로 맞은 남성은 두 살 연하의 전문대 졸업생. 7급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업에도 처음엔 친정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신씨의 생각은 확고했다. “주변 소개로 변호사·의사·은행지점장까지 만나 봤지만 조건이 좋다고 사람이 좋아지지는 않았어요. 저보고 눈을 낮췄다고 하는데, 전 고른다고 고른 겁니다. 기준이 남들과 달랐을 뿐이에요.”

 신씨가 배우자를 찾으며 중요하게 봤던 건 세 가지다. 많이 벌지는 않아도 좋아하며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키가 크지 않아도 건강할 것, 집에 돈이 많지 않아도 가정이 화목할 것. 지금의 남편은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고 했다. “다른 전문직 남성들은 만나면 이것 저것 계산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분은 순수하게 저를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그는 “반대하던 부모님도 남편감을 만나보곤 ‘사람이 괜찮다’며 저를 믿어 주셨다”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사람을 만나다 보니 이런 착한 남편을 만난 것 같다”며 웃었다.


 신씨 부부처럼 학력·나이 파괴 커플이 늘고 있다. 결혼 시장의 불균형 속에서 나름의 결혼 해법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인구 동향을 보면 지난해 결혼한 초혼 커플 중 여성의 나이가 더 많은 연상·연하 커플은 3만7901쌍. 전체 초혼 커플의 14.9%였다. 5년 전과 비교하면 9713쌍이 늘었고, 비중도 2.8%포인트 증가했다.

여성의 학력이 남성보다 높은 학력 파괴 커플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커플 중 여성 학력이 더 높은 경우는 4만7707쌍(14.6%)이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만2334쌍, 3.3%포인트 늘었다. 결혼 정보업체 선우의 구경미 커플 매니저는 “최근 30대 중반의 고학력 전문직 여성 중에 ‘학력이나 연봉보다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을 찾아달라’는 주문을 해 오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외국 유학을 다녀온 여성분들이 나이나 학력 차이에 관대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도 결혼 시장의 불균형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지금의 저출산 문제는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데서 출발한다”며 “구시대적인 결혼관 등 특정 이유로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하는 미혼 인구가 많다면 정부가 그 이유가 뭔지를 들여다보고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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