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하락 위험은 제한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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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호 24면

미래는 원래 불확실한 것이지만 지금 내다보는 미래는 더욱 그런 듯하다. 최근 유난히 불확실해 보이는 현상들이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며 예측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우선 지난해 봄에 불거졌던 그리스를 위시한 남유럽 국가들의 채무 문제가 드디어 채무 불이행 우려로까지 나아가며 점점 더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한 1차 양적 완화(QE1)와 디플레이션 위험을 차단할 목적의 2차 양적 완화(QE2)가 이번 달 말로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아직까지 위험이 완전히 제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종료 이후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그나마 상태가 좋았던 중국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오랜 긴축의 여파로 경제 지표들이 둔화되는 조짐까지 보인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중국 등 주요 교역대상 지역에서의 불확실성 증가는 그동안 큰 폭의 증가를 유지해 오던 우리 수출이 하반기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렇다 보니 우리 주식시장이 지난 5월부터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주목할 사실이 있다. 어디를 봐도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커져 있음에도 시장의 조정폭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5월 2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에 비해 코스피지수는 10%가 채 안 되는 조정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의 오름폭과 과거 강세장에서의 평균적인 조정의 정도를 생각해 볼 때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그 폭이 미미하다.

주로 수출 기업들의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덕분에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면서 시장의 과열을 억제한 게 아닌가 싶다. 또 그동안 우리 경제나 증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정보기술(IT) 업종이 글로벌 수요 부진의 장기화로 주가 성과가 매우 부진한 반면 자동차·조선 등 운송장비 업종이 선전하면서 시장 내 업종 비중이 역전된 것도 이런 탄탄한 주가 흐름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업황의 부침이 심한 IT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주요 업종들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균형된 모습으로 바뀌면서 특정 업종에 전체 시장이 휘둘리는 현상이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탄탄한 모습을 주가의 바닥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일단 기업 이익은 앞서 언급한 불확실성 때문에 하반기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올해 상장기업들의 이익 총액이 직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7년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100조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국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처음으로 국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움직이는 양상이 포착된 것도 시장에는 긍정적 요인이다. 금융위기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큰 폭의 환매를 경험했던 자산운용회사들이 모처럼 자금 유입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로 거액 자산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랩 어카운트로도 꾸준히 자금이 유입돼 상반기에만 6조원 가까운 돈이 증시로 이동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함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원화의 완만한 절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지난 3년간의 막대한 국제수지 흑자와 더불어 국내 자산가격의 인플레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마치 198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중반의 데자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시장의 하락 위험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오히려 불확실성의 완화가 나타나면 시장은 재상승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긴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주가는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좋은 수준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해 어느 정도 가시성이 나타나야 상승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므로 조금은 여유와 인내를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기존 주도주 그룹에 녹아 있는 높은 기대치가 일본 기업의 조기 정상 가동이나 중국에서의 최종 수요 감소 등으로 조금 낮춰질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강신우(51) ‘펀드매니저 1세대’로 통한다. 1991년부터 펀드매니저의 길을 걸었다. 99년 현대투신 ‘바이코리아’ 펀드 신화의 주인공이다. 2005년부터 한국투신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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