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광장

중국 인삼을 국제표준이라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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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TC 249(국제표준화기구 249 기술위원회)’라는 게 있다. 2009년 중국 주도로 국제표준화기구(ISO) 내에 만들어진 세계 전통의학 분야 표준화 위원회다. 우리나라 한의학을 포함해 세계 전통의학 분야 국제표준 제정을 위한 다국가 모임이다. 31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통의학 분야 국제표준은 이 회의에서 대부분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TC 249 2차 총회에서는 예상대로 전통의학 강국인 중국의 공세가 거셌다. 중국은 자국의 전통의학인 중의학 표준을 국제표준으로 제정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을 쏟아냈다. 한의학의 대표 치료수단인 침의 표준은 물론 한의학의 대표 약재이면서 세계적인 우리나라 특산품인 인삼 종자와 묘목에 대해서도 자국의 표준을 국제표준으로 내세웠다. 중국이 제안한 인삼 종자와 묘목의 국제표준안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되면 우리나라의 인삼산업에 큰 손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처럼 자국의 전통의학 표준을 국제표준으로 내세우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전통의학 시장에서의 주도권이다. 2008년 기준으로 세계 전통의학 시장은 20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인구의 75%가 최소 한 차례 이상 전통의학 치료를 받았고, 독일은 통증클리닉의 77%에서 침 치료를 사용하고 있다.

 TC 249 회의는 내년 5월 우리나라에서 3차 총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국제표준이 확정되면 도리 없이 따라야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룰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한의학계가 나서 착실히 준비하자. 우리나라가 표준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생산, 유통, R&D, 의료서비스 등 따로 떨어져 있는 각 분야의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 이참에 한의학 표준화를 위한 범정부 컨트롤 타워를 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