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카지노, 막는 것만 능사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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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엊그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 간담회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의 출입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현재 내국인이 드나들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외국인 전용은 서울 3곳, 제주 8곳, 부산 2곳, 인천·대구·속초 각 1곳 등 모두 16곳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도박장은 여전히 판도라의 상자 같은 이슈다. 폐광지역을 살린다며 2000년 10월 개장한 강원랜드가 부정적인 이미지만 더했기 때문이다. 도박중독자를 양산하는 카지노는 한 곳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강원랜드가 이런 비난을 받는 것은 베팅 상한이나 출입제한 등 규제를 너무 등한히 한 결과다. 이제는 안전장치 구비를 전제로 내국인 카지노를 거론할 때가 됐다.

 도박은 인간 본성 가운데 하나다. 금지가 통한다면 그렇게 해도 좋지만 막으면 막을수록 변종만 나온다. 몇 년 전 ‘바다이야기’란 불법 도박이 온 나라를 휩쓴 적 있고, 지금도 은밀한 곳에서는 온갖 종류의 불법이 판친다. 요즘은 오피스텔에서도 미니 카지노가 유행이라고 한다. 올 4월 김제 마늘밭에서 캐낸 100억원도 불법 도박장에서 번 돈이었다. 지하로 잠적하지 않으면 마카오 등 해외로 나가서 돈을 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고 카지노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병국 장관은 우리 사회에 자정(自淨) 능력이 있다고 말했지만 동의하기 힘들다. 한국 사람들은 뭐든 끝장을 보려 한다. 강원랜드가 파산자를 쏟아낸 것이 증거다.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허용한다면 특별한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 하루, 한 달, 일년에 잃을 수 있는 돈의 상한을 정하는 것이다. 복권도 도박심리를 이용한 제도인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베팅금액(장당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침 뱉는 행위에도 벌금을 물리는 싱가포르는 도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자국인들이 말레이시아 등으로 가서 거액을 쓰는 걸 보고 결국 지난해 4월 카지노를 허용하고 말았다. 관광산업 진흥과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새만금·영종도도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을 염두에 둔 카지노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