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노래 좋던데 전 펭귄 노래 만들어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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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콘서트 ‘세이브디에어 그린콘서트’에 참가하는 인디밴드 ‘좋아서 하는 밴드’(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손현·안복진·조준호·백가영씨)와 슈퍼스타 K2 출신의 가수 김지수씨. [조문규 기자]

지난 18일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린 ‘세이브디에어 그린콘서트’에서 공연하는 좋아밴. [사진=진에어 제공]


“미래에 아이들이 이 사진 보면/네가 너무 보고 싶어 못 견딜 거야/북극곰아 북극곰아/너의 보들한 하얀 털이 난 좋아∼”

18일 오후 6시 홍대 상상마당의 지하 라이브홀. 경쾌한 리듬에 맞춰 북극곰을 부르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홀 가득 울려 퍼졌다. 인디밴드 ‘좋아서 하는 밴드(이하 좋아밴)’의 대표곡 ‘북극곰아’다. 지난해 대중음악계의 큰 축제 중 하나인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에서 환경 주제곡으로도 불렸던 노래다.

이날 공연의 타이틀도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뜻의 ‘세이브디에어(SAVe tHE AiR) 그린콘서트’. 항공사인 진에어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연말까지 매달 열고 있는 환경콘서트다. 공연 수익금은 환경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18일 무대에선 좋아밴과 함께 ‘루싸이트토끼’, ‘야광토끼’가 250여 명의 관객들과 120분 동안 뜨거운 공연을 펼쳤다. 7월 콘서트는 1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슈퍼스타K2 출신의 가수 김지수(21)씨와 인디밴드 ‘10㎝’가 무대를 꾸민다.

좋아밴과 김지수씨를 지난 16일 서울 서소문의 중앙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퍼커션 조준호(27)씨와 기타 손현(30), 베이스 백가영(24·여), 아코디언 안복진(25·여)씨로 이뤄진 4인조 좋아밴은 2009년 GMF에서 ‘최고의 루키’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씨는 슈스케2에서 가수 서인영씨의 노래 ‘신데렐라’를 언플러그드 음악으로 편곡해 불러 주목받았던 싱어송라이터다. 서로 안면만 있는 정도였다는 이들은 함께 입고 온 세이브디에어 공식 티셔츠 얘기를 하다가 금세 친해졌다.

조준호(이하 조)=“우리 환경캠페인 홍보한다고 이 티셔츠 입고 왔더니 너무 꽉 끼네. 사진 찍을 때 난 뒤로 갈래.”

 김지수(이하 김)=“하하하, 형님, 괜찮아요. 전 훨씬 더 했는걸요. 슈스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제가 많이 뚱뚱했잖아요. 그때에 비해 지금은 17㎏나 빠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살을 뺐는데도 더위 타는 건 여전하네요. 겨우 6월 밖에 안됐는데 날씨가 이 정도니…. 제가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것도 그래서라니까요.”

 조=“우린 거리공연을 하다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거야. 날씨에 민감해지잖아. 기후변화가 우리한테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생계문제더라구.”

 김=“그린콘서트가 관객들한테도 매력적인 기회일 거예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즐기며 듣는 것만으로도 환경보호를 후원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안복진=“관객 대부분이 젊은 것도 의미 있는 것 같아. 젊은 층이야말로 앞으로 환경보호를 해나가야 할 사람들이니까.”

 손현(이하 손)=“사실 환경보호라는 게 거창한 얘기가 아닌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거에서 시작하는 거잖아.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도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더 편리하기 위해서고.”

 김=“전 3년 전 혼자 살면서부터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게 취미가 됐어요. 하하. 처음엔 그냥 막 버리다가 주인집에서 뭐라 하셔서 쓰레기통 3개를 사서 시작했죠. 그런데 분리수거를 하다보니 냄새도 안 나고 버릴 때도 훨씬 편하더라고요.”

 백가영=“요리할 때 재료를 먹을 만큼만 사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좋은 실천방법 같아.”

 손=“쓰레기도 문제지만 소음공해도 심각해. 우리가 하는 언플러그드 음악이란 게 전기 없이 하는 거잖아. 그런데 거리에서 마이크 없이 공연하려고 하면 상가에서 틀어놓은 음악이나 차 소리들 때문에 도저히 연주를 할 수 없을 정도라니까.”

 김=“저도 명동에서 친구랑 공연을 할 때 오토바이를 타고 음악을 크게 틀은 채 지나가는 분이 있으면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나저나 ‘북극곰아’는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참 좋더라고요.”

 조=“이런 말 해도 되나 …. 실은 환경부가 주최하는 동요제에서 상금 좀 타보려고 만들었던 거야. 그런데 예선에서 떨어졌지 뭐야. 그래서 1등 받은 노래보다 더 유명해지게 만들어야겠다, 하고 열심히 부르고 다녔지. 그랬더니 여기저기 환경캠페인 주제곡으로 불리게 되더라구. 하하.”

 김=“정말이에요? 그럼 전 펭귄에 관한 노래를 만들어볼까요?”

 좋아밴은 오는 7월 3집 미니앨범이 나오면 다시 전국의 거리를 돌며 공연을 할 예정이다. 지난달 미니앨범을 발표한 김씨는 우선 다음달 열릴 그린콘서트를 열심히 준비할 계획이다.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래를 추구하는 이들은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예지 행복동행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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