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발표 달인’만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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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를 비롯해 특목중·고 입시에서까지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확대되면서 면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성을 주로 평가했던 기존 면접과는 달리 최근에는 심층면접을 통해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들의 탐구력과 잠재력, 지식수준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말하는 것도 ‘능력’이 됐다. 그러나 발표력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해줄 때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발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자신감 부족이다. 상당수 학생이 부모와의 대화 도중 꾸중을 들은 뒤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아이의 발표력을 키우고 싶다면 부모는 아이가 말하는 도중에 말을 끊거나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선 안된다. “시끄러워” “조용히 해” “얼른 들어가서 공부나 해” 등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 게 필수다. 아이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준 뒤 “우리 철수는 말도 잘하네” 식으로 칭찬해 주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경우 “그런데, 아까 그 부분은 어떤 뜻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식으로 피드백을 주는 게 효과적이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에 확신을 갖기 위해선 ‘독서의 힘’이 필요하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박기현 선임연구원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책을 많이 읽으면 사고과정을 쉽게 익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을 읽은 뒤 부모가 그 책의 내용과 느낀 점 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토론하다 보면 아이는 한 사안에 대해 여러 방면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 아이가 읽는 책을 부모도 함께 읽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토론과정에서 아이가 쏟아내는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답해주고, 특정 사안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물으면서 여러 방면에서 사고할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아무리 똑똑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아이가 있다. 이런 경우엔 책을 소리 내어 읽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이 때 부모가 쉬어 읽어야 하거나 강조해 읽어야 하는 부분을 책에 미리 표시해 두면 아이는 올바른 호흡법을 익히고, 편안하게 말하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 또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암기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키우는 등 발표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음 줄거리를 상상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도 좋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왜 그렇게 상상하게 됐는지’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갖춰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박 연구원은 “동화책의 내용을 바꿔가면서 얘기해 보는 것도 아이의 상상력과 순발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표태도나 목소리 톤 등을 직접 확인하면 말하기 실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휴대폰이나 카메라 등을 활용해 부모가 아이의 발표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음성녹음한 뒤 아이와 그 모습을 확인하면서 부정확한 발음이나 반복되는 어휘, 잘못된 자세를 고쳐주면 아이는 발표를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흥미를 더하고 싶다면 책의 한 장면을 상황극으로 재연해 보는 것도 좋다.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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