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법인세는 낮게” OECD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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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에서 발표한 ‘한국을 위한 사회정책 보고서’의 제목이다. 지난해 가을 이후 OECD의 주요 조직이 참여해 만든 맞춤형 정책 패키지다. 보고서 제목에 처방의 지향이 압축돼 있다. 현실 인식은 복지 공세를 펼치는 국내 정치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보고서는 “한국의 조세제도와 공공 보장 혜택이 소득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줄이기에는 규모도 충분치 않고, 그리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처방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감세 철회’를 내세운 정치권과 달리 소득·법인세를 낮게 가져가라는 조언이다. 또 대학생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되 ‘반값 등록금’보다는 학자금 대출 재설계, 장학금 확대로 대응하라고 한다. 적극적인 ‘사회화(go social)’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그렇다고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거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해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주 언급하고 있는 이른바 ‘정론’과도 맥이 닿는다.

  OECD가 제시한 사회통합의 첫 단추는 성장이다. 보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은 사회통합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복지 지출과 사회보험 재원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세수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 엔진을 보강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고용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부문의 생산성 제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분야 노동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에 불과하고, 미국 서비스업의 40%에 그친다. 보고서는 “서비스의 노동생산성을 빠르게 성장시키려면 규제개혁을 통한 경쟁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동시에 과감한 개혁도 주문했다. OECD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고용·교육 등에서 불평등을 줄일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개혁 대상이 비정규직 문제다. 한국에서 임시직 근로자의 비율은 2001년 전체 직원의 17%에서 2008년에는 OECD 평균의 거의 두 배 수준인 26%까지 증가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생산성이 22% 낮다. 하지만 평균 임금은 45%나 적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늘릴 유인을 만들고 있다. 해법은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보호장치는 확대하고 반대로 정규직에 대한 보호는 줄여 고용 유연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복지비 급증에 대비해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다만 고용·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소득·법인세는 낮게 유지하라고 권했다. 대신 세수 기반 확대를 위해 부가세와 환경세 등을 인상하라고 했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연금개혁 등도 주문했다.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연금 수령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령층이 계속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복지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60세 미만으로 정년 연령을 정하는 상황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정년퇴임제도의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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