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원 “계파 해체시킬 적임자는 바로 나” VS 나경원 의원 “40대 여성 뽑아야 총선·대선 승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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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호 04면

비주류 역할론 외치는 홍준표

7·4 전당대회서 한나라 당권 도전, 홍준표·나경원 의원

-대선 경선에 출마한 적이 있다. 이번엔 당권 도전인가.
“당권으로 선회한다. 아니 우회한다. 18일이 당권·대권 분리의 마지막 시한이다. 이젠 고민을 끝내고 19일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다.”

-왜 우회하나.
“대한민국은 선진국 시대를 눈앞에 뒀다. 그런데 또다시 진보·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난무하게 되고 나라가 거덜날 수 있다. 보수·우파 정권이 앞으로 20년 정도 더 지속돼야 우리가 세계 중심국가로 진입할 수 있다. 한나라당 정권이 계속되고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려면 침몰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비가 시급하다. 내 개인 욕심보다 당 정비에 앞장서기로 했다.”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뭔가.
“한나라당은 계파 싸움으로 3년6개월이란 긴 시간을 허송세월 했다. 국민들은 정권을 한나라당에 준 것이지 어느 계파에 준 게 아니다. 그런데도 특정 계파가 독식 구조로 당을 운영하고 나라를 운영했다. 나는 15년간 정치하면서 어느 계파에도 속해 본 적이 없다. 범(汎)친이계라고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친이명박이지 친이계가 아니다. 홍준표 자존심상 어느 계파에 속해서 계파 수장의 지시를 받고 정치를 해본 적이 없다. 계파를 해체시키고 하나 된 한나라당을 만들 수 있는 인물은 나밖에 없다.”

-재·보선 패배 때문에 열리는 전당대회다. 지도부로서 책임이 없나.
“포괄적 책임은 인정한다. 그러나 실제로 당 운영은 당 대표가 중심이 돼 하는 것이다. 나는 지도부 일원으로서 당이 잘못돼 가는 방향, 청와대가 잘못돼 가는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당의 비판 세력이었다. 하지만 내가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재섭 후보로는 안 된다’면서 상처 내지 않았나.
“분당에 강재섭 공천뿐만 아니라 정운찬 카드 역시 반대했다. 총리 벨트로 가면 재·보선이 커지고 여당이 불리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나오는 명분을 준 것 아닌가. 어쨌든 후보가 결정된 뒤엔 적극적으로 도왔다.”

-한나라당 위기는 어디서 왔나.
“통상 수도권에선 여당으로 선거할 때 어렵다. 역대 어느 정부도 정권 심판론에 걸리면 이긴 적이 없다. 내년 총선 역시 심판론으로 흐르면 여당이 참패할 수 있다. 탄핵 사태에 버금가는 위기감이 생긴 이유다. 또 경제 성장의 효과가 밑바닥까지 골고루 퍼지지 않았고 그런 경제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욱 어렵다.”

-대책은 뭔가.
“미래가치에 대해 투표할 수 있도록 총선 성격을 바꿔야 한다.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면 나라가 어떻게 변한다는 식으로 다음 정부에 대한 희망을 줘야 수도권에서 희망이 생긴다. 또 전당대회에서 뽑힌 새 지도부는 미래가치가 있는 당이 되기 위해 행태와 기구, 정책을 모두 재편해야 한다. 특히 정책과 정치의 방향, 이념 설정을 30~40대에게 희망을 주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현재 임시 지도부가 거론하는 반값 등록금을 어떻게 보나.
“우리의 대입 진학률은 82%로 세계 최고다. 사회가 학력 인플레 구조다. 그런데 과거엔 1% 성장하면 30만 명의 취업 효과가 생겼다. 지금은 지식산업 구조로 재편돼 1% 성장하면 8만~10만 명만 취업하는 구조다. 많은 대학생 수는 사회적 불만자를 양산시키고 있다. 등록금은 짚고 가야 하지만 사학의 과감한 정리가 동반돼야 한다.”

-감세 철회 주장은 어떤가.
“법인세는 감세기조를 유지하는 게 맞다. 하지만 추가 소득세 인하는 철회돼야 한다. 법인세는 이미 추가 감세하겠다고 기업에 약속했다. 외국기업 투자 등이 그런 약속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제 와서 안 한다면 기업 성장과 고용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 기업이 성장해야 고용이 늘고 취업 기회가 생길 것 아닌가. 당 대표가 되면 다시 손 보겠다.”

-무상 급식이 필요한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복지 포퓰리즘과 투쟁하는데, 그것이 정답이다. 전면 무상 급식은 시기상조다. 그 돈을 학생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쓰는 게 옳다.”

-박근혜 대세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까진 박근혜 대세가 맞다.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할 후보들이 좀 더 이슈 파이팅을 할 필요가 있다. 당 대표가 되면 아름다운 경선이 되도록 만들 복안이 있다.”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다 듣고 있다. 안정감이 없다거나 컨트롤이 안 된다는 주장엔 불쾌하다. 3월에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는데 대통령도 그런 보고가 올라온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검사로 시작해 공직생활 30년째다. 그동안 어떤 현안이든 내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나는 30년간 말실수를 하거나 당과 검찰 조직에 해악을 끼친 일이 없다. 그런데 왜 언스테이블(불안정)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번 전당대회 때 안정감이 있다고 찍어준 분이 지금 어떻게 돼 있는지 생각해 보라.”

-돈키호테 같다는 평도 있다.
“내가 권한을 쥐게 되면 겁을 내는 사람들이 나에게 덮어 씌우는 것이다. 검사 시절에 상부 지시를 거스르는 대형 수사를 많이 했다. 원칙을 갖고 정의롭게 수사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상부와 충돌하고 싸우게 됐다. 그런 이미지가 정치판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상부의 대한민국 주류가 홍준표를 그런 측면에서 바라본다. 나는 헌법과 법률 질서, 보수의 참 가치라는 레일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홍준표는 당당하다. 2008년 원내대표를 할 때도 나는 청와대 눈치를 안 봤다. 그래서 쇄신파도 나를 좋아한다. 나는 한나라당을 당당하게 만들고 싶다. 정부도 당당하게 만들고 싶다. 당당한 한나라당과 정부를 만들어야 당당한 대한민국이 된다. 당당한 홍준표가 하겠다는 것이다.”

-총선 공천 기준은 뭔가.
“공천이 사천에 흐르지 않으려면 최종 결정권자에게 사심이 없어야 한다. 우선 상향식으로 공천해야 한다. 내가 17대 공천을 김문수 의원과 함께 했다. 그때 37명을 은퇴시켰는데 반발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년엔 그때와 조금 다르다. 수도권 상황이 좋지 않아서 보수적 공천이 불가피하다. 괜히 밉다고 바꾸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

-그러면 개혁 공천이 어렵지 않나.
“공천의 최고 기준은 당선 가능성이다. 거기에 그 사람이 의정 활동을 제대로 충실하게 했느냐를 보는 것이다. 계파나 물갈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물갈이 개혁 공천이란 국민을 향한 정치 쇼다. 그런 쇼는 더 이상 하면 안 된다.”

40대 기수론 외치는 나경원

-왜 당 대표가 되려 하나.
“모든 사람이 ‘한나라당은 위기다.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바뀌었다고 국민들이 느끼려면 먼저 당의 간판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한나라당의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

-왜 적임자인가.
“나는 젊은 40대이고, 여성이고, 재선 의원이다. 내가 당 대표가 되는 것 자체가 변화를 상징한다. 정치 지도자가 젊어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또 30~40대가 관심을 갖고 응원하는 당이 되려면 40대 젊은 대표가 나와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을 치르려면 당에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호소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당의 이미지를 젊게 바꿔야 한다. 40대 여성 당 대표를 결정하는 한나라당 전대 드라마가 총선·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량감이 떨어지고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몸무게는 가볍다. 하지만 안정감 속에서 책임 있게 보수의 가치를 실현할 적임자란 평가도 많다. 리더십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공천개혁 특위에서 같이 일한 분들 중에 ‘그때 보여준 강단으로 당을 이끌어 달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공주 이미지’란 시각도 있다.
“정치의 본령은 소외된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고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사랑이 가득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다. 그런 취지에서 다수의 장애인 관련 법과 인신보호법을 만들었다. 정신장애인을 20년간 노예로 부린 ‘만득이 사건’이 있었다. 인신보호법으로 그런 소외된 이를 구했다.”

-한나라당 위기는 왜 초래됐다고 보나.
“ 나는 당이 신뢰를 잃어버린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국민이 여당을 믿고 따라가는 데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정책 일관성이나 진정성, 실현 가능성에서 우리 당은 신뢰를 주지 못했
다. 무원칙하게 바꾸고 사실상 실현하지 못한 약속이 있다.”

-최고위원으로서 당 위기와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지 않나.
“지도부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은 느낀다. 그러나 당이 어려운데 책임론에 빠져 소임을 회피만 하는 것도 도리는 아니다. 재·보선에 패배만 한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론 내 지역구인 중구청장 선거에서 이겼다. 서울 지역 의원들에게 희망을 줬다. 만약 한나라당이 졌다면 서울 의원들의 실망과 절망이 얼마나 컸겠나.”

-당 대표가 되면 당의 위기를 어떻게 수습할 생각인가.
“신뢰를 회복시키겠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보수 가치를 지키면서 당을 바꾸겠다. 지킬 것은 지키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를 회복시키겠다. 친서민 정책을 개발하겠지만 친서민 정책도 좌클릭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 방식으로 접근하겠다. ”

-현재 임시 지도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을 어떻게 보나.
“등록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무조건 재정을 투입해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내리자는 정책엔 동의하기 어렵다.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등록금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감세 철회에 대한 견해는.
“감세 논란이 부자 감세란 틀에 갇혀 시작된 측면이 있다. 현재 원내 지도부는 감세 철회를 하되 임시투자세액공제액을 늘리면 법인 부담을 사실상 비슷하게 맞춰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거꾸로 가야 한다. 감세 정책의 기조를 철회하는 것은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바꾸면 혼란이 온다. 감세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 ”

-무상 급식이 맞다고 보나.
“ 무상 급식은 근본적으로 재정의 우선 순위 문제다. 주민투표까지 가져갈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발점이 어쨌든 이런저런 과정을 통해 포퓰리즘 대 반포퓰리즘의 표상이 됐으니 이제 뒤로 물러서거나 중단할 수 없는 일이다. 오 시장 쪽에 찬성한다.”

-박근혜 대세론을 어떻게 보나.
“현재로선 대세론이 맞다. 그러나 항상 어떤 지점에 안주하면 안 된다. 대세론이 정말 대세로 이어지려면 당이 건강해야 한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지 말고 대권 예비후보들이 전당대회에 나와 치열하게 싸울 때 당이 건강해진다는 게 내 소신이다. 관리형 대표로는 당을 추스를 수 없다. 한나라당이 18대 총선 이후 계속 지리멸렬한 이유를 관리형 대표에서 찾을 수 있다. 미래가 없는 당 대표로는 당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관리형 대표에 도전하고 있지 않나.
“당헌·당규가 개정되지 않아 차기 대권의 꿈을 가진 분들은 전당대회에 아무도 나오지 않게 됐다. 집권의 꿈을 접은 분들이다. 그러니 한나라당에 희망이 없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당선되면 미래가 보이는 당 대표란 인식이 확산될 거다. 지금 전당대회를 놓고 친이와 친박,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해 후보를 나누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후보가 대표가 된다는 것은 비주류가 주류가 되거나, 어느 계파가 당권을 잡았다는 의미를 갖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가 대표가 되면 시대의 변화를 가져온다. 총선에 이기려면 당이 튼튼하고 건강해져야 한다. 더불어 집권의 꿈을 좇는, 미래가 보이는 당 대표를 만들어야 튼튼한 울타리가 될 수 있다.”

-당 대표로 선출되면 다음 대선에 나서겠다는 뜻인가.
“노 코멘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여성이다. 여성 대권 예비후보에다 여성 당 대표까지 나오면 부담스럽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성 당 대표가 여성 대통령 만드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첫째,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여성의 벽을 깨는 의미가 있다. 보통 여성이 당 대표를 하는데 대통령은 왜 못 하느냐는 인식이 확산될 거다. 둘째, 대한민국 여성은 위기에 강하다. 한국의 어머니를 봐라. 2004년 한나라당 위기 때도 여성 당 대표로 돌파하지 않았나.”

-친이·친박의 대립구도를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가.
“당헌·당규에 따라 공정하게 사심 없이 하면 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사심을 버려야 한다. 대표가 그러면 당이 대선 전에 깨진다.”

-총선 공천 기준은 뭔가.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과 당원의 손으로 선택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론 상향식 공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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