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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체들 2000년형 새모델 잇따라 출시

중앙일보

입력

자동차 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2000년형 새 모델을 잇따라 내놓았다.

업체들은 편의장치를 새로 달고 실내 공간을 고급화했으며 외관도 세련되게 단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은 "연비를 높이거나 신기술을 도입하는 등 차량의 성능은 나아진 게 없다" 며 "이름만 바꾼 채 차값을 올렸다" 고 반박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특히 일부 차종의 경우 새 모델에서 추가한 서비스나 기능이 그 차종을 처음 내놓을 때부터 장착해야 마땅한 것인데 뒤늦게 추가하면서 값을 올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시판된 기아 카니발 2000년형의 경우 운전석 팔걸이의 폭을 넓혔고(56㎜→65㎜), 조수석 밑에 차 열쇠로만 열 수 있는 사물함을 설치했다.

또 파워 윈도우의 조작 스위치에 불이 들어오게 해 밤에도 위치를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고 기아측은 설명했다. 여기에 운전석과 조수석에 에어백을 기본 사양으로 장착하면서 가격은 40만~60만원이 올랐다.

기아 관계자는 "에어백을 기본 사양으로 하면서 70만~1백만원의 가격인상 요인이 생겼으나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인상폭을 줄였다" 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차체의 금형을 바꾸지 않았으며 에어백의 가격이 40만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인상폭이 높다" 고 지적했다.

지난해 인기를 끈 미니밴 카렌스의 2000년형도 차량의 본래 기능보다는 겉모습을 바꾸고 운전자 편의를 더 고려했다.

골드급에만 있던 운전석 팔걸이를 전차종으로 확대하고, 보닛에 붙이는 앰블럼을 신형으로 갈았다.

또 운전자 체형에 따라 핸들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뒤 가격이 차종에 상관없이 20만원씩 올랐다.

포텐샤는 에쿠스.그랜저 등 국산 고급 차종은 물론 중형차인 EF쏘나타에도 달린 유해가스 차단장치를 장착하고 2000년형이란 이름을 붙였다.

또 급발진 사고가 빈번해지자 지난해 12월 건설교통부가 전차종에 장착하라고 권고한 오토시프트록(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한 장치)을 달고 가격을 20만~40만원 올렸다.

대우차는 젊은 층의 기호에 맞춰 레간자 블랙&화이트 밀레니엄 모델을 내놓았다. 차체 전체를 한가지 색깔로 통일하고 외형을 스포츠카 분위기로 바꿨는데, 가격을 기존 레간자보다 60만원 비싼 1천1백46만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7월 2000년형 신차를 내놓은 현대차도 수십만원씩 값을 올렸다. 2000년형 EF쏘나타의 경우 유해가스 차단장치와 운전석 에어백을 기본 사양으로 달고 최고 85만원을 인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차종을 조금 손질해서 새로운 연식의 모델을 내놓아도 통상 1백억~3백억원의 돈이 든다" 며 "가능한 한 투입비를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새로 들어간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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