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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시기일수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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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호 24면

최근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종료 시기와 맞물린 경제지표의 둔화, 유럽 재정위기의 재부각, 지속되는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 여기에 지진 영향으로 인한 일본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소식까지 한두 달 전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다. 세계 경제의 회복 기조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시장 또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더블딥’을 방지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글로벌 정책 공조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글로벌 경제는 급격한 침체보다는 단기 조정 이후 완만한 회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국내에선 기업 실적이 양호하고, 지수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시장에 큰 하락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 4년간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65%(2007년 63조원→2011년 104조원) 증가한 데 비해 시가총액은 11%(2007년 950조원→2011년 1050조원) 늘었을 뿐이다. 한국 기업들의 늘어난 이익이 주식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대외변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필자는 단기 이벤트에 대응하는 것보다 기본으로 돌아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기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주식시장의 안정성과 기업의 미래 성장성이다. 주식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고 얼마나 견고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불확실한 시기를 넘어 기대했던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지가 장기 투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한국 주식시장을 보면 대외변수의 변화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이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한국 주식시장의 최대 약점은 기업들의 이익이 급격하게 변동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제품 경쟁력 향상과 수출지역 다변화로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향상되면서 제품 가격의 변동성도 많이 감소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주식시장에서 ‘선진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신흥국 경제는 감기몸살이 걸린다’는 말이 통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소비가 둔화되고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다고 해서 한국 경제를 포함한 신흥국 경제가 몸살을 앓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에 대한 한국 경제와 기업의 면역성이 강화되면서 주식시장 또한 예전보다 안정된 흐름을 보이게 된 것이다.

성장성 측면에서도 한국에는 이미 경쟁력 있는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주 에너지원인 석유를 바탕으로 한 정제시설은 물론, 원자력발전의 대안으로 생각되고 있는 LNG와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향후 자동차 산업의 주력이 될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향후 에너지 흐름의 중심 분야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LNG FPSO 등 에너지 관련 시추·생산설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조선업체들과 전기차배터리(EV)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화학업체들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들 업체는 향후 성장산업 내에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머징 시장의 성장도 한국 기업들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이해도는 다른 글로벌 경쟁 기업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전략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국의 경제와 기업은 질이나 양적인 측면에서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아직 그 성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 향후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안정된다면 시장참여자들은 한국의 성장을 주식시장에 반영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글로벌 경제지표의 둔화로 대변되는 단기적인 불확실성에 급급하며 불안해하기보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단기 흐름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을 면밀히 선별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펀드 투자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구재상(47))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창업 공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32세 때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최연소 지점장으로 서울 압구정지점을 맡아 단숨에 전국지점 수익률 1위로 올려놨다. 미래에셋의 간판 펀드인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 펀드를 설계·운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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