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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당국 영화 검열 지나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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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배우 궁리는 베를린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멧 데이먼.기네스 팰트로 등 서양 스타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88년 '붉은 수수밭' 이 대상인 황금곰상을 타면서 베를린과 연을 맺은 그녀는 올해엔 심사위원장을 맡아 각별함을 더했다.

13일 오후 궁리가 출연한 신작 '침묵을 깨다' (Break the Silence)가 특별상영된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극장은 평소의 2배인 입장료(20마르크)에도 불구하고 1천 5백석에 달하는 좌석이 매진되는 등 그녀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영화는 농아인 외동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갖은 일을 다하는 어머니의 악착스러움과 집념을 절제된 감정으로 매끄럽게 그리고 있다.

영화가 끝난 뒤 무대에 오른 그녀는 경쟁부문에 출품된 영화가 아니라 초조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조크를 한 뒤 농아로 나온 아역 배우를 끌어 안으며 아들이 새로 하나 더 생긴 것 같다며 좋아했다.

'침묵을 깨다' 는 그녀가 출연한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요즘의 중국(베이징)이 배경이다.

보청기를 살 돈 마련하기 위해 파출부를 하고 신문을 돌리는 어머니 역을 연기한 그녀는 본격적으로 이 영화의 준비에 착수한 98년은 아시아에 경제 위기가 닥쳐 중국에도 실업자가 넘쳐 났으며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 고 시대 배경을 설명했다.

그녀는 또 중국에는 요즘 이혼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 홀로 자식을 돌보며 사는 여성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방에서는 중국하면 으레 '검열' 을 떠올리게 되는데 궁리는 솔직하고 대담하게 중국 당국의 검열을 비판했다.

"여러분들도 아다시피 영화의 대본은 먼저 검열 당국에 보여야 하며 그 관문을 쉽게 통과하기 위해 흔히 현대적인 주제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나와 작업한 많은 감독들이 20, 30년대나 40년대, 심지어 몇백년 전의 소재에 매달린 것은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침묵을 깨다' 에서도 문화혁명시기의 혼란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들은 모두 삭제해야 했고 그 결과 10여 군데를 다시 손봐야 했다는 것. 중국에서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매우 힘들다.

액션영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회비판적이거나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만드는 데 애를 먹는다. 중국 당국의 검열에 대한 궁리의 비판은 아슬아슬할 정도다.

그만큼 그녀가 국제적으로 큰 것일까, 아니면 중국이 그만큼 민주적으로 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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