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성화에, 서울 날아온 ‘피아노 록’ 대부 벤 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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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첫 내한 공연을 펼치는 ‘피아노 록의 대부’ 벤 폴즈. 그는 이번 한국 공연에 대해 “벤 폴즈 음악의 모든 시대를 차근차근 보여줄 수 있도록 신중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프라이빗 커브 제공]

미국의 싱어 송라이터 벤 폴즈(Ben Folds·45)는 상식을 거스르는 뮤지션이다. 클래식 음악의 기둥 격인 피아노를 록 음악에 갖다 붙인 것만 해도 그렇다. 그는 쟁쟁거리는 일렉트로닉 기타 대신 피아노를 록 음악의 중심에 세웠다. 그랬더니 예상치 못한 색깔의 록 음악이 만들어졌다. 1994년 자신의 이름을 딴 ‘벤 폴즈 파이브’를 꾸리고, ‘피아노 록’이란 새로운 장르를 꾸준히 넓혀왔다. 미국 팝계에서 그를 ‘피아노 록의 대부’라 부르는 이유다.

 2001년 솔로로 전향한 뒤로는 좀 더 과감한 음악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팬과의 소통을 음악에 반영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를테면 이런 장면. 수천 명이 들어찬 단독 공연장에서 팬들과 화상 채팅을 한다. 벤은 피아노 앞에서 즉석 멜로디를 만들어 팬에게 말을 걸고, 팬이 채팅으로 응답하면 그 내용이 노랫말이 된다. 팬들과의 대화가 즉석에서 음악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등장한 뒤로는 팬들과의 소통에 좀 더 적극적이다. 벤은 “(SNS를 통하면) 팬들이 내 음악을 어디에서 어떻게 필요로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최근 주목한 곳은 한국이다. 한국 팬들이 그의 트위터에 “한국에서 공연을 해달라”는 글을 숱하게 남기면서다.

 ‘피아노 록의 대부’는 팬들의 끈질긴 부탁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 벤 폴즈가 9일 오후 8시 서울 광장동 악스 코리아에서 첫 내한 콘서트를 연다. 그는 본지와의 단독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된 것은 온전히 트위터를 통해 공연을 원한다고 말해줬던 수많은 한국 팬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공연 문의 02-563-0595.

 -한국 팬들이 당신의 공연을 많이 기다렸다.

 “사실 익숙한 장소에서 공연하기를 즐기는 편이다. 이번 한국 공연은 트위터를 통해 연락해온 한국 팬들의 부탁 때문에 이뤄지게 됐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새로운 시도다. 매우 기대된다.”

 -피아노에 록 음악을 접목하게 된 계기는.

 “아홉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사실 어려서부터 드럼 소리도 매우 좋아했지만 내 머리 속에 있는 음악을 가장 잘 끄집어낼 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였다. 피아노가 내 음악의 중심이 된 이유다.”

 벤은 음악에서 특히 노랫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그의 멜로디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종종 묻히곤 하지만, 벤의 노랫말엔 또렷한 캐릭터와 재치·풍자 등이 살아서 꿈틀댄다.

 특히 최근엔 『어바웃 어 보이』 등으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닉 혼비가 가사를 쓰고, 벤이 곡을 붙인 앨범 ‘론니 에비뉴(Lonely Avenue)’를 발표해 세계 문학계와 음악계를 뒤흔들어 놓기도 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닉이 노랫말을 e-메일로 보내오면, 미국 내쉬빌에 있는 벤이 곡을 붙이는 방식이었다. 마치 ‘들리는 단편 소설집’ 같은 음반이 빚어졌다.

 -닉 혼비와의 작업은 어떻게 성사됐나.

 “우리는 서로의 오랜 팬이었고, 닮은 점이 많아서 음악 작업을 함께 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닉의 글에 대해 존경하고 있었고 혹시 음악적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모든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음악에서 노랫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노랫말은 음악의 모든 것이다. 노래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으니까. 음악은 가사가 잘 표현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적으론 늘 파격을 선도해왔는데.

 “두려움이 있어도 늘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한다. 아티스트의 결과물을 예측할 수 있다면, 그건 그 아티스트가 매우 지루해졌다는 뜻이다. 내 음악에 대해 늘 스스로 자랑스럽기를 바란다. 만일 내가 갑자기 트럭에 치어 죽더라도 그 죽음의 순간에도 내 음악에 대해 만족하고 기뻐할 수 있기를 꿈꾼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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