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적극적으로 일본 기업을 유치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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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주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서울을 들렀다. 그는 “한국의 영업 현황을 점검하고 일본 대지진 복구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도요타차의 오너가 주력시장도 아닌 한국을 이례적으로 방문한 배경을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차는 리콜 사태와 엔화 강세, 대지진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지진 직후 전력 부족과 부품 공급 차질로 전 세계 공장들이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가깝고 부품 수준도 높은 한국을 바라보는 도요타차의 시선이 미묘하게 변하는 분위기다.

 최근 비슷한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KT와 손잡고 경남 김해에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일본의 전력 부족과 앞으로 닥칠지 모를 지진 피해를 우려한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전력사용 제한령’에 따라 7월부터 전력 사용량의 15%를 줄여야 할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한국 남해안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일본 기업도 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코트라에 따르면 100여 개의 기업이 일본과 가깝고 항만·도로·전력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남해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단기적인 반사이익만 챙기기엔 너무도 소중한 기회다. 일본 기업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걸맞게 우리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양국 산업의 윈윈(win-win)을 기대할 수 있다. 주변 환경도 무르익고 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데다 한·미 FTA도 비준을 눈앞에 둔 만큼 일본 기업들이 한국 진출에 어느 때보다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런 흐름을 새로운 도약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과 질 높은 인프라를 제공해 적극적으로 일본 기업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준을 뛰어넘어 범(汎)정부 차원의 일본 기업 유치 전담반을 꾸릴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