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주식시장 긍정적으로 봐도 문제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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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호 24면

자문사를 설립한 이후 지방에 설명회를 갈 일이 잦아졌다. 먼 곳을 갈 때 KTX를 타는 경우가 많다. 짧지 않은 시간에 하반기 운용전략을 고민한다. 상반기는 1분기 중동사태와 동일본 대지진 충격 이후 지수의 급반등이 진행되었다. 4월은 넘치는 기대감의 상향 쏠림, 5월은 과도한 공포의 하향 쏠림이 지배했다. 전체적으로 짧은 시계(視界)만을 쳐다보면서 한 스텝씩 대응하는 투자자들과 자금이 크게 늘어났다. 왜 그럴까. 참여자 상당수가 전혀 다른 미래를 생각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하반기 경제전망은 자본시장 참여자 사이에 극명히 갈리고 있다. 더블딥 공포감과 본격적인 경기확장 기대다. 둘 다 나름의 근거가 있지만, 세상을 보는 관점에서 이렇게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하반기도 변동성의 파고가 상반기 못지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더블딥 우려의 근거는 우선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에 있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 더딘 고용회복까지 더해 양적완화가 마무리되는 6월 이후 체질 약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5%대 인플레 부담으로 고전하는 중국이 생필품 가격과 부동산이 제어되지 않으면 내수소비 위주의 확장책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G2가 제대로 성장동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양적완화는 끝났고, 유럽이 여전히 불투명한 남유럽 사태에 끌려 다니다 보면 침체가 깊어질 것이 뻔히 보인다는 논리다. 국내에서도 부동산 침체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확산과 맞물려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4%대 인플레 압박도 여전하기 때문에 경기회복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반면에 하반기 경기확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비슷한 환경에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 진행되는 제조업 경기의 부분적인 둔화는 2분기를 지나면서 개선된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도 최근 은행권의 차압매물 경매로 가격 하락이 나타났음에도 거래량은 늘고 있다. 2분기를 마치면 더 이상 미국 부동산 문제가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1분기 1.8%에 불과했던 미국 성장률이 하반기에는 3%대 중반으로 회복한다는 주장이다. 중국도 내수소비 위주의 정책이 막바지 한두 차례 금리 인상이 끝나면 본격화될 것이고, 결국 9%대 중반의 성장률을 달성할 모멘텀이 하반기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유가와 상품가격의 부분적 안정화 효과가 하반기에 광범위하게 인플레를 진정시킨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또 일본의 지진복구에 따른 회복이 3분기부터 나타날 것이고, 국내 경기선행지수도 6월에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기조가 본격화되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 실적을 보면 지난해 대비 20% 이상의 상승 모멘텀이 확인된다는 점도 하반기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상반된 두 가지 주장에서 필자는 뒤쪽의 긍정론에 가깝다. 풍부한 유동성과 안전자산에 자금이 충분히 쏠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환경은 더 낙관적이다.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구조적인 성장성을 계속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더 믿음이 간다. 다만 그 과정이 평탄하지 않다는 점은 유념해야 하지만 말이다.

덜컹이는 차창에서 문득 내가 타고 있는 방향을 보니 순방향이다. 앞으로 다가올 풍경을 즐겁게 상상하게 된다. 순방향으로 탈 때와 역방향으로 탈 때 사람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걸 자주 느낀다. 역방향을 타고 가는 사람들은 앞의 풍경이 아니라, 뒤로 지나간 풍경을 보면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항상 지나간 숫자와 경제지표를 보고 그 추세가 지속된다는 데 마음이 쏠린다. 반대로 순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열차의 바깥 풍경을 쳐다보면서 새로운 무엇이 나타날지 궁금해하면서 바라본다. 지금의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아마 KTX 라는 한 기차 안에서 순방향과 역방향으로 차창 밖을 보는 사람들일 것이다.

역사는 순환하며 발전하고 긍정의 힘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한국의 기업을 살펴보면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역방향으로 세상을 보던 사람들도 하반기에는 순방향 관전법에 동의하는 이가 늘어날 것으로 믿는다.


서재형(47) 2004~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장을 지냈다. 지난해 말 김영익 전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자문사를 설립해 한 달도 안 돼 1조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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