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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웹의 빛과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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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정지훈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 교수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과 함께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웹 서비스들도 덩달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스포츠 TV 아나운서가 트위터를 통해 자살을 예고하는 듯한 글을 남기고, 스캔들과 관련한 글들이 빠르게 확산된 후 실제로 자살을 실행에 옮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소셜 웹은 잘못 사용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 및 부정확한 정보 확산과 같은 역기능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역기능에 대해 사용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올바른 이용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셜 웹은 기본적으로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셜 웹에 대한 접근이나 활용 격차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초적인 교육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온라인 평판시스템이나 정보의 신뢰체계를 높일 수 있는 기술, 왜곡된 정보가 자율규제를 통해 자정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 등도 강화돼야 한다.

 그렇지만 소셜 웹은 잘 사용할 경우 사회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2009년 6월 11일자 뉴욕 타임스는 에디라는 버거병 환자의 이야기를 소개한 바 있다. 버거병은 말초혈관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주로 발끝부터 시작해 극심한 통증과 함께 조금씩 위로 진행되면서 결국에는 절단을 요하는 상황에 이르는 질병이다. 완전한 치료법이라는 것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담배를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참으로 슬프게도 버거병을 앓는 사람의 상당수가 담배에 중독된 정도가 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의사가 아무리 담배를 끊으라고 해도 많은 사람이 끊지 못한다. 에디의 경우에도 정말로 담배를 끊고 싶어 했고,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수히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했지만, 얼마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흡연을 하고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에디가 혼자 산다는 것이었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아 자신의 고민이나 고통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저 주위 사람들은 손·발가락을 계속 잘라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끊지 못하는 그를 한심하게 생각할 뿐이다.

 에디 같은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매일같이 병원에 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병원에서 환자와의 소통을 담당한 직원이 에디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는 에디가 담배를 끊으려는 의지를 계속 가지고 있는지 짬이 나는 대로 물어보고, 또한 에디도 응답했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댓글도 남기고 버거병을 앓는 환자들의 그룹이나 커뮤니티를 찾아 이들과 연결시켜줄 수 있었다면 에디는 담배를 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에 문제가 된 자살의 경우에도 소셜 웹은 도리어 긍정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자살은 기본적으로 우울증이라는 질병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자살의 동기가 되는 요인들이 많이 부각되지만, 그 기저에는 우울증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면서 도움을 주면 자살로 발전하기 전에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또한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최근 있었던 사건처럼 트위터에서 글을 쓰는 등의 자살을 예고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그 사람을 찾아내 자살시도를 막고 적절한 치료만 할 수 있다면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소셜 웹 서비스는 현대사회의 인간소외 현상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관계의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사람들이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지 않거나, 도리어 이런 사람을 비난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들이 가진 마지막 비상구가 닫혀버리는 절망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므로, 몇몇의 부정적인 이슈를 바탕으로 소셜 웹 전체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지기보다는 올바른 사용을 위한 문화를 확산시키고, 정보 독점시대에 정보의 개방과 공유, 그리고 기술과 서비스 중심의 플랫폼에서 사람들의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소셜 웹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