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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757억, 홍대 752억 … 거액 남아도 등록금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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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등록금 의존증에 빠진 사립대학들이 ‘뻥튀기 예산’을 편성하면서 등록금을 해마다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당수 대학이 수입은 줄이고 지출은 늘려 잡는 식으로 매년 결산에서 수백억원대의 차액을 남겨 왔다. 등록금 산정 때는 결산이 아닌 예산만 근거로 삼기 때문에 현실과 다르게 등록금 인상 명분이 부풀려지는 것이다.

 25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26개 수도권 사립대(학부·대학원 재학생 1만 명 이상)의 지난해 교비회계 예·결산 자료(2009 회계연도)와 등록금 산정근거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 산정 근거로 크게 늘어나는 예산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들어오는 돈은 적은데 나가는 돈이 많아 등록금을 올려야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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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대는 2009년 수입이 3903억원으로 지출(3687억원)을 빼면 216억원이 남도록 예산을 짰다. 그러나 실제 결산에서는 수입(3308억원)에서 지출(2335억원)을 뺀 금액이 973억원으로 예·결산 잉여금의 차액이 757억원에 달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당시 캠퍼스 부지 매입 예산이 있었으나 사업 차질로 집행하지 못해 차액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올 신입생 등록금을 인상했다.

 26개 사립대 전체로는 예·결산 잉여금이 8318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남긴 돈이 대학 한 곳당 평균 320억원이다. 이화여대에 이어 홍익대가 752억원으로 많았고 서강대·고려대·수원대·연세대 등도 결산 때 500억원 이상을 남겼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결산에서 남은 돈은 고스란히 적립금과 이월금으로 돌아간다”며 “결산 기준으로 등록금 책정 근거를 바꿔 이런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부터 바로잡아야 여당발 ‘반값 등록금’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 대학’에 교육 예산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도 ‘반값 등록금’ 실현의 전제조건이다. 경북 경주 서라벌대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전문대 교육역량 강화사업 등의 명목으로 25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대학에는 2007년에도 9억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 대학은 교과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18개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에 포함됐다.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에 대한 국고 지원현황’에 따르면 이들 18개 대학에는 2007년부터 3년간 총 194억9870만원이 지원됐다. 재학생 충원율·취업률·교육비 환원율 등이 낮은 곳들로 4년제 7곳과 전문대 11곳이다. 이들 대학은 지난해부터는 국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부실 판정을 받기 직전까지 세금이 쏟아 부어졌다. 이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값 등록금은 부실 대학을 연명해 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부실 대학들은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년제 대학 210곳(지방 캠퍼스 포함) 가운데 정원을 못 채운 곳이 39%(82곳)에 달했다. 영산선학대·가야대·서남대 등은 재학생이 총정원의 30%에도 못 미친다. 학생이 찾지 않는 대학은 전임교원 확보율이 낮고 등록금 의존율도 높아 교육의 질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경쟁력 없는 사립재단이 털고 나갈 수 있게 퇴로를 열어 주는 것도 등록금 문제의 해법이다. 한나라당이 24일 ‘6월 국회 중점처리 법안’ 사항 가운데 ‘사립대학 구조 개선 촉진법안’을 포함시킨 까닭이다. 이화여대 박정수(행정학) 교수는 “학생 등록금의 반을 세금으로 대주면 경쟁력 없는 대학도 학생을 데려오면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탁·박수련·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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