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슈 분석하고 오바마 따라하다 보니, 영어 두려움 없어졌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5면

특목고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모의국제회의 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일반고생들이 있다. 2010년 4월 두 개 학교로 시작한 KIMC고교연합(cafe.naver.com/hikimc)은 1년 만에 27개 고교 300여 명의 회원으로 불어났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등재할 수 있는 교내 동아리라는 점과 각 고교대표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제공한 것이 인기 비결이었다.

글=이지은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서울 장충고 KIMC고교연합 회원들이 국가별로 역할을 맡아 소규모 모의국제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김지훈(서울 장충고 2)군은 올 3월 교내에 ‘KIMC장충’ 동아리를 신설했다. 신문에 난 공고를 보고 나서다. 김군은 “모의국제회의 발화형식이 담긴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전국 고교가 교류하며 공부한다는 것에 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12명의 회원이 우여곡절 끝에 소집한 첫 회의는 아수라장이었다. 의장의 말뜻을 못 알아듣는 회원부터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한마디도 못 하는 학생까지 문제점도 다양했다. 김군은 “첫 모임을 진행했을 땐 앞으로 해나갈 일이 막막했다”며 “하지만 동아리 회원 전체가 의욕을 가지고 노력하자 차츰 틀이 잡혀갔다”고 말했다.

김군은 용돈을 털어 각국의 소형 국기를 구입했다. 회원들은 A4용지로 각 나라의 네임카드를 만들었다. 미국 텍사스주 원전건설의 타당성을 주제로 논의할 때는 어려운 단어의 뜻을 몰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기도 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1시간 이상 형식에 맞춰 회의를 진행하는 수준이 됐다. 김태홍(서울 장충고 2)군은 “영어로 말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신감이 생긴다”며 “일반고에선 독특한 동아리 활동을 하기 어려운데, 새로운 방식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영어동아리와 다른 활동방법은 KIMC고교연합 활동의 매력 중 하나다. 분당 송림고는 섀도잉(Shadowing·한 문장씩 그림자처럼 따라 읽기) 훈련법으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스피치를 연습한다. 미국 대통령의 격식 있는 어투와 스타일을 익히기 위해서다. 평촌고는 2학년과 1학년이 한 명씩 짝을 이뤄 매주 영문으로 된 국제 시사뉴스를 분석한다.

글로벌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양정민(안산 동산고 2)군은 “학생들이 공격적이고 반박하는 토론방식에 익숙해 있어 고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상대의 주장에 모순이 있어도 공격하기보다 합의점을 찾으려는 국제회의 정신을 익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KIMC고교연합은 올 7월 전국 규모의 ‘국제시사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2011 한국모의국제회의(KIMC) 참가자를 대상으로 7월 21일에 열리는 행사다. 연합대표 김지현(하나고 2)군은 "큰 대회를 준비하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며 “평소 국제이슈를 꼼꼼히 살펴보지 못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미국·유럽·중동 등 6대륙의 2011년 상반기 주요 세계 이슈를 한번에 훑어볼 수 있게 꾸밀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1 한국모의국제회의(KIMC) 참가자 모집

한국외국어대와 중앙일보가 8월 4~6일 한국외국어대 국제관에서 ‘2011 한국모의국제회의(Korea International Model Congress·KIMC)’를 공동 개최한다. 미국 의회와 유엔국제기구 등 총 10개 위원회를 구성해 글로벌 이슈에 관한 토론 과정을 거쳐 법안을 마련·의결한다. 모든 과정은 영어로만 진행된다. 미국 웨스트레이크 고교 토론동아리 소속 원어민 학생 8명도 참가할 예정이다. 참가 학생 전원에게 인증서를 발급하고, 전국 27개 고교 300여 명이 활동 중인 KIMC고교연합에 가입할 수 있는 혜택도 준다.

참가자격 중3~고3
참가비 25만원
참가신청 5월 31일까지 홈페이지(jmynews.co.kr)에서 신청
문의 02-6262-5678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