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느리고 불편해도 친근한 사색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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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넓고 빠르지만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기 힘든 고속도로, 편하지만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있는 일방통행, 느리고 불편해도 친근감을 주는 보통 ‘길’, 당신은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지난 3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이 주최한 ‘2011 신문논술대회’에서 오동현(18·대일고3)군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의 주장을 펴나갔다. ‘가장 느리지만 가장 빠른 길’이라는 글에서 오군은 고속도로는 한번 타면 돌아가기 힘들고 이정표를 보기엔 너무 빠르다는 점에서 정보의 양은 많지만 신뢰성이 떨어지는 인터넷과 같다고 표현했다. 고민 없이 ‘전진’만 하면 되는 일방통행은 정보를 선택할 수 없는 일방적인 TV에 비유했다. 대신 보통의 ‘길’은 친근함과 사색의 여유를 주는 신문이라고 밝혔다.

이 글로 최고 영예인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오군은 “신문을 읽으면서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갖게 된 것이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군은 고교 1학년 때부터 신문을 공부에 활용하면서 중학교 때 중위권이었던 성적을 전교 1등(3월 학력평가 전국 상위 0.2%)으로 끌어올렸다. <중앙일보>4월 7일자 25면>

 언론진흥재단은 22일 이번 신문논술대회의 수상작을 묶은 『신문읽기의 즐거움』(사진)을 책으로 펴냈다. 이 책에는 1438명이 참가해 선정된 대상과 부문별 수상작 77편의 글이 실렸다. 이 책은 재단 홈페이지(www.kpf.or.kr)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중등부 금상을 수상한 박서연(15·야탑중3)양은 ‘나의 사치스러운 사교육은 신문’이라는 글에서 “신문은 모든 과목을 담당하는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박양은 “스스로 읽고 생각하게 하는 신문은 탁한 공기 속에 늦은 밤까지 있어야 하는 학원보다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아(17·문정여고2)양은 고등부 금상 수상작인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는 글에서 “신문 읽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일단 맛보면 즐길 수밖에 없는 것이 신문”이라고 말했다.

‘신문과의 로맨스’라는 글로 중등부 은상을 수상한 남궁화정(15·백운중3)양은 “내면의 가치를 알게 돼 신문과 로맨스에 빠진 지금은 매일 아침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고등부 은상을 수상한 황현아(18·성서고3)양은 “신문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기증받았다”며 “정보의 범람 속에서 균형 잡힌 시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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