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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왕만두·아카페라 뒤늦은 TV광고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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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난 17일부터 TV 전파를 타고 광고를 시작한 빙그레의 커피 제품 ‘아카페라’(260mL, 편의점 기준 1500원). 그러나 아카페라는 신제품이 아니다. 2008년 출시됐다. 출시 4년 만에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1월부터 방송인 강호동씨를 내세워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동원F&B의 ‘개성왕만두’(630g, 6980원)도 출시된 건 2008년이다. 식품업계에 이처럼 신제품 아닌 신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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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10개가 나오면 그중 살아남는 건 2~3개도 채 되지 않고, 원자재값이 많이 올라 원가 부담이 늘었기 때문에 될성부른 나무만 골라 지원하자는 발상에서 나온 전략이다. 아카페라가 대표적이다.

2008년 처음 출시될 때는 종류도 카페라테 한 종류뿐이었다.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해 고객들의 반응을 살폈다. 커피 고급화 바람 덕분에 아카페라도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아카페라 브랜드가 알려지자 같은 브랜드로 아메리카노·카라멜마끼아또·바닐라라테 등 커피뿐 아니라 로얄밀크티·녹차라테 같은차(茶)도 출시됐다.

 대상의 ‘스파게티 소스’(680g, 4950원)도 비슷한 경우다. 2008년 4월 로제·아라비아따·크림소스 등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맛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스파게티 소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미 타 업체 상품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TV광고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기엔 위험이 컸다. 먹어본 고객들의 입소문에 의지한 마케팅에 주력하며 시장 반응을 살폈다.

그러다 지난해 10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자 지난달부터 처음으로 광고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조용히 출시된 롯데제과의 쿠키 ‘비밀’(90g, 1600원) 역시 신제품이 나온 지 한참 된 지난달부터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첫 출시 이후 6개월여간 고객들의 반응을 모아 제품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후다. 20~30대 여성들이 주요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해 포화지방을 기존 비스킷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설탕 대신 결정 과당을 사용했다. 식이섬유·항산화물질 등도 강화했고 종류 역시 네 가지로 세분화했다. 롯데제과 측은 “실패할위험을 최소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완전히 새로운 신제품 대신 인기 제품의 업그레이드형 제품이나, 유명 업체와의 합작 제품에 기대는 것도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농심이 최근 출시한 ‘신라면 블랙’(130g, 1320원)은 라면 1위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고급 신라면을 표방했다.

해태제과도 장수 상품인 ‘고향만두’의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했다. 우리쌀을 85% 함유한 만두피로 만든 ‘우리 쌀로 빚은 맛깔진 만두황(皇)’(900g, 5980원)다. 크라운제과 역시 크라운산도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기존 제품보다 20% 큰 ‘왕산도’(323g, 2780원)를 내놓았다.

 라면업계 후발 주자인 한국야쿠르트는 설렁탕 체인으로 유명한 ‘봉희설렁탕’과 손을 잡았다. 국물을 내는 비법 등을 전수받아 만든 제품이 ‘봉희설렁탕면’(125g, 900원)이다. 코미디언 이경규씨가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에서 만들어 화제를 모은 ‘꼬꼬면’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신제품 대부분이 친환경 고가 제품에 맞춰진 것도 원가는 오르는데 가격 인상은 힘든 상황에서 나온 전략이다. 프리미엄 제품은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해 상대적으로 너그럽기 때문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에서 출시한 ‘프레시안더 건강한 햄’은 여섯 가지 식품첨가물을 뺀 제품이다. 사실햄 시장은 2005년 롯데햄의 의성마늘햄 이후 대형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으면서 TV광고도 끊긴 상황이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무첨가 프리미엄 햄’이란 점을 내세웠고 시장 반응이 좋자 지난해 말부터 탤런트 천정명을 기용해 4년 만에 업계 처음으로 TV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식품공업협회 김관현 실장은 “이상기후 등으로 원자재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제품을 출시한 뒤 사운을 걸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사례는 식품 업계에서 점점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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