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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서 출현한 현생인류 바다를 통해 전세계로 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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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현생인류가 세계로 퍼져나간 이동 경로에 대한 새 학설이 나왔다. 이에 따르면 아프리카 외부 지역의 인류는 약 6만5000년 전 아프리카에서 바깥 세계로 이주를 시작한 한 무리의 수렵 채집인의 후예다. 많아야 100~200명에 불과한 오직 한 무리만이 이주에 성공해 가는 곳마다 자손을 남기며 전 세계로 퍼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5만년 전 인도.동남아시아.호주로 진출했으며, 5000년 뒤에는 이란을 지나 레반트(지중해 연안지역)에 이르렀다. 인류가 유럽에 정착한 것은 4만년 전 이후다. 초기 인류의 후손들이 역으로 코스를 밟아 인도.이란을 거쳐 중동과 유럽으로 이주했다는 것이다. 이는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이집트와 시나이 반도를 거쳐 유럽으로 직접 거슬러 올라갔을 것"이라는 기존 학설과 다르다. 초기 인류가 남쪽에서 바다를 거쳐 퍼져나갔다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새 학설은 영국 글래스고대 유전학 연구팀이 말레이시아 내 오랑 아슬리족의 부족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다. '오랑 아슬리'는 말레이시아어로 '최초의 인간'(original men)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6만3000~4만2000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온 이주민의 후예다. 다른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초기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갖고 있다.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인류의 이주는 마지막 빙하기 시대에 이뤄졌기 때문에 막바로 인류가 가서 거주하기에는 유럽이 너무 추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으며, 과학전문지'사이언스' 13일자에 연구논문이 실렸다.

초기 인류 연구는 현대인의 혈통을 역추적하는 유전자 연구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있는 일종의 발전소로서 모계로만 유전되는 것이 특징이다.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발견된 미토콘드리아의 배열은 모두 같은 시기의 동일한 공통 조상에게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아프리카를 탈출한 초기 인류는 한 무리라는 이론의 근거이며 "전 세계 인류가 하나의 가계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현생인류의 여성 조상의 수는 최대 550명으로 추산된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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