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Shot] 상처받은 이들의 예루살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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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호 18면

조셉 조에틀은 1892년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의 미국 앨라배마주 성버나드 수도원에서 수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모형건축을 만드는 재주가 탁월했다. 나이 80이 되는 1958년까지 수도원 근처에 125개의 건축물 모형을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와 신전들이었다. 대리석·색유리 등 재료는 작업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기증했다. 소문이 난 뒤에는 세계 각지에서 재료를 보내왔다. 이곳은 ‘아베마리아 그로토’라고 불렸다.

‘모형으로 만든 예루살렘’으로도 불리는 이곳에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최근 미국 남부에 수백 개의 토네이도가 연이어 발생해 3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은 뒤부터다. 자연의 가공할 폭력에 휘둘린 인간들은 이곳에서 위안을 찾았다. 모형은 토네이도에 거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

한 수사가 나뭇잎을 줍는 곳은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 회랑이다. 오른쪽 위는 로마시대 만신전(萬神殿)이었던 판테온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바벨탑과 피사의 사탑도 있다.

글=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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