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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하락은 건전한 조정 … 비관론 자제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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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호 24면

원자재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한다면 2002년부터 2011년 현재까지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배경은 중국 등 이머징 시장의 고성장으로 인한 수요 확장과 글로벌 유동성 팽창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금·은 등 귀금속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원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급격한 조정을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에 대한 방향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지난 5월 2일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을 기점으로 미국·유럽의 경제지표 부진 및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 그리고 원자재 거래에 대한 증거금 상향 소식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상승세를 보여왔던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투자 결정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국내 주식시장 또한 같은 양상을 나타내고 있고, 그동안 높은 상승률을 보여왔던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주들의 차익 실현 욕구를 증대시키며 조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의 일시적인 조정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던 인플레이션 부담을 감소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이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하락은 글로벌 경제의 확장을 기반으로 한 견조한 성장에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투기성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과열을 진정시켜준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의 조정은 국내 경기와 주식시장에 일시적 조정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투기성 자금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을 걷어냈고, 그동안 신흥국에 작용하던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원자재 가격의 건전한 조정은 글로벌 경제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자재 가격 또한 추세적인 하락보다는 세계 경기가 확장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시적인 조정 이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투기성 자금의 제거 영향으로 원자재 간의 가격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은과 같이 투기 세력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원자재와 달리 원유·면화·고무 등과 같이 실질적인 산업 수요가 견조하게 받쳐주는 경우에는 그 하락세가 보다 빨리 진정될 것이다. 달러 강세에 대한 우려를 하는 투자자들은 달러가 반등했던 2005년 경험을 되새기면 판단이 훨씬 수월해질 듯하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 원자재 시장은 단기적인 조정 이후 견고한 수요에 의해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급격한 조정이 추세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과 같이 주식시장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비관적인 시각을 자제하고 펀더멘털에 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확실해 보이는 것은 이머징 국가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선진국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세계 경기는 확장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또 최근의 원자재 가격 하락이 그동안 글로벌 경제의 골칫거리였던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기업과 가계 측면에서도 비용 부담을 줄여줘 세계 경제의 확장에 탄력을 더해 줄 수 있다.

중국의 경우 6월을 기점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 인상과 위안화 절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그동안 주택경기의 침체와 임금 정체로 소득이 증가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이번 원자재 가격 조정으로 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양대 축 지역 모두 실질 소득의 증가가 예상된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 성장의 핵심 지역인 중국의 내수 소비 확장과 미국의 소비 회복이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의 부정적인 심리적 요인으로 투자를 주저하기보다 세계 경기의 회복 속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투자해 세계 경제와 한국 기업의 성장이라는 미래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구재상(47)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창업 공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32세 때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최연소 지점장으로 서울 압구정지점을 맡아 단숨에 전국 지점 수익률 1위로 올려놨다. 미래에셋의 간판 펀드인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 펀드를 설계·운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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