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칸 영화제] '활'의 김기덕 감독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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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오른쪽부터 "활"을 연출한 김기덕 감독과 주연 배우 한여름.전성환씨.

김기덕 감독이 신작 '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선입견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삼갔던 감독은 12일(현지시각) 칸영화제에서 '활'의 공식시사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했다. 대부분 외국 기자들이었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활'은 바다 위의 낚싯배에서 일어나는 60대 노인과 10대 소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 "전작 '섬''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등의 무대도 외딴 곳"이라는 질문에 감독은 "격리된 장소는 항상 흥미로운 소재다. 서로 잡고 잡히고, 또 놓아주지 않는 게 인간관계"라며 "그 관계가 가해와 피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존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인간의 에너지는 무궁무진하며 노인과 소녀 사이에도 진정한 사랑이 있을 수 있다"며 "20세 청춘 남녀의 사랑도 욕망에 그치면 비도덕적이듯, 이번 영화에선 사랑의 정신적 측면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제목처럼 영화에선 활이 결정적 이미지로 작용한다. 노인이 소녀를 보호하는 무기인 동시에 우주와 교감하는 악기로 쓰인다.

"제 영화의 주제는 한 가지를 두 가지로 보는 겁니다. 제 인생의 주제이기도 하죠. 일례로 컵은 물을 마시는 도구지만, 깨면 무서운 무기로 돌변합니다. 하나에 포함된 두 개의 의미, 그런 점에서 제 영화는 동일하죠." 그는 "항상 얘기는 현실적으로, 표현은 환상(판타지)적으로 해왔다"고 밝혔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빈집' 등 그의 근작에는 불교적 요소가 강하다. 감독은 다음에도 종교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돈이 들더라도 아시아의 불교전쟁을 그리고 싶어요. 동양에서도 많은 사람이 종교 앞에서 희생됐습니다. 가장 끔찍한 건 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전쟁이죠. 지금 세계 정세도 그렇잖아요."

칸=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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