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동생 하던 김석동· 임채민 묘한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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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박재완 무슨 얘기? 김석동 금융위원장(왼쪽)이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경제정 책조정회의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현 고용노동부 장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 지난 6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기자실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급작스레 취소했다. ‘금융감독혁신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 관한 내용’을 밝히려 했지만 국무총리실이 만류해 그만뒀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임채민 총리실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개혁 대상이 나서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렸다”고 전했다.

 #2. TF가 첫 회의를 연 9일 오후 김 위원장은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금감원을 흔들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몇 시간 뒤 TF 회의를 끝내고 나온 임 실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위원장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 아니냐. 미리 말해주니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총리실의 공기는 냉랭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자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파악 못하고 나섰다” “조직을 보호한다고 나섰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총리실 관계자는 “금융위가 청와대로부터 따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임채민 실장

 김석동 위원장의 9일 발언 이후 청와대·총리실과 금융당국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엔 “이명박 대통령이 예고 없이 방문하면서까지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했는데도 금융 당국의 수장이 그렇게 눈치가 없느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문제점은 모두 충실히 고치되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를 위해 금감원의 감독권 분산 등 감독체계 개편만은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갈등이 아직 겉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청와대는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레임덕’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다. TF를 원만하게 이끌어야 하는 총리실도 금융위와 힘겨루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부담스럽다. 금융위 역시 “장·차관급은 물론 실무선에서도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11일 “(금융위와의) 업무협조가 잘 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오늘 국무회의 때도 봤고, 지난주 국가정책조정회의 때도 봤는데 서로 얼굴 붉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9일 김 위원장의 발언도 일종의 해프닝이라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그날 늦게 김황식 총리와 임 실장에게 “사실은 그게 아닌데 언론에서 오해해 기사가 잘못 나갔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속사정은 좀 달라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인데 어떻게 금감원 개혁을 맡길 수 있느냐’며 총리실이 적극 나서달라고 임 실장에게 직접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금감원 방문 때 권혁세 금감원장의 업무보고를 제지하고 범정부 TF 구성을 직접 지시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금융당국을 장악한 모피아(재무부+마피아)가 스스로 개혁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여긴 대통령이 일부러 모피아가 아닌 임 실장을 점 찍었다는 해석이다. 임 실장은 TF 출범 기자회견에서 “감독체계 개편을 포함한 모든 논의를 열어두겠다”고 강조했다. 행시 24회인 임 실장은 김 위원장의 한 해 후배지만 같이 일해본 경험은 없다. 옛 상공부와 지식경제부에서 근무해 재무부·기획재정부 출신인 김 위원장과 다른 길을 걸었다. “파견 나가서도 같은 부서에 근무한 적이 없다”는 게 경제부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상당히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과는) 사무관 때부터 서로 잘 알고 친해 형님으로 모시는 사이”라는 게 임 실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감독혁신 TF에선 서로 다른 입장에 서게 됐다. 한 쪽은 대통령의 뜻과 민심을 헤아려야 하고 다른 쪽은 한국 금융의 감독 체계가 송두리째 무너지지는 않도록 지켜내야 한다. 정치와 경제, 부처 간의 이해가 얽힌 복잡한 방정식이 두 사람 앞에 숙제로 놓여 있는 셈이다.

나현철·이철재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금융위원회 위원장
[前] 재정경제부 제1차관

1953년

[現] 국무총리실 실장(제3대)

195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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