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만난 한·중 문인들, 디지털 시대를 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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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소설가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우정도 쌓아온 한·중작가회의. 2007년 처음 시작해 올해 다섯 번째를 맞은 한·중작가회의가 11일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열렸다.

 이틀간 양국 작가들의 작품을 돌아가며 감상한 후 주변 역사 유적을 17일까지 돌아보는 일정이다. 수나라와 당나라의 도읍이었던 시안은 이백(李白)과 두보(杜甫)가 활동했던 무대. 이런 전통의 도시에서 열린 올해 행사의 주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전통과 현대, 디지털 시대의 문학’. 영상문화에 밀려 점점 빈곤해지는 문학을 살찌울 방법을 전통의 바탕 위에서 양국 주요 문인들의 문학교류를 통해 찾아보자는 취지다.

 햇수를 거듭하며 행사는 ‘단골 참가자’들간에 끈끈한 인연을 형성하는 듯 했다. 옛 친구를 오랜 만에 만나기라도 한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문인이 적지 않았다.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작가로 꼽히는 자핑와(賈平凹)는 인사말에서 “어떤 나라의 문학이든 한계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밀폐되고 협소한 자기 문학에서 벗어나 외부와 충돌하고 접촉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나라를 떠나 문학의 본질은 크고 강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문학은 언어만 다를 뿐이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맡고 있는 소설가 천중쓰(陳忠實), 순문학의 대표주자인 소설가 장웨이(張煒) 등 중국에서 32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시인 황동규·김형영·이시영·김기택 씨, 소설가 박찬순·박상우·구효서·은희경·서하진·권지예·성석제·전경린·하성란씨, 평론가 김치수·오생근씨 등 24명이 참가했다.

시안=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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