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휴대폰 ‘무제한 요금제’ 합리적으로 손질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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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고객을 확보할 때 쏠쏠한 재미를 보았지만 이제는 ‘계륵(鷄肋)’ 신세다. 상위 1%의 이용자가 전체 데이터양의 93%까지 독점하면서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이 포화상태인 백본(backbone : 기간 전송회선)망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음성전화가 중도에 끊기는 부작용이 늘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이 요금제 폐지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통신사들이 투자는 소홀히 한 채 소비자 권리만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일단 “폐지를 검토한 바 없다”고 긴급 해명했다.

 이번 논란은 3년 전에 벌어진 ‘인터넷 종량제(從量制)’의 복사판이다. 갈등이 재연되는 구도까지 흡사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AT&T를 중심으로 초고속 인터넷에 정액제와 초과요금제를 뒤섞은 혼합형 종량제를 속속 도입하는 흐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도 마냥 지속되기는 힘들다. 소수의 헤비유저들을 위해 절대 다수의 이용자들이 언제까지 비싼 통신료를 물 수는 없다. 실제 선진국들이 인터넷 종량제를 도입한 결과 1~2%의 대량 사용자들만 불이익을 받았을 뿐이다.

 국내 이통사들은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요구 받을 때마다 “백본망에 투자해야 한다”며 버텨왔다. 이런 갈등을 풀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제한 요금제’를 합리적으로 손질하되 휴대전화 평균요금은 적정 수준으로 인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각 이통사들이 독자적으로 ‘와이파이’망을 구축하면서 나타난 중복(重複)투자의 폐해도 문제다. 과잉 투자에 따른 낭비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곧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내놓기로 예고한 만큼, 통신업계와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적인 교통정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앞으로 스마트폰의 동영상 사용이 늘수록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와이파이망 중복투자의 후유증은 심각해질 게 분명하다. 이런 잘못된 흐름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