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아시아판 IMF’ 뼈대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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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시아개발은행 연차 총회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리융(李勇·왼쪽) 중국 재정부 차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오른쪽) 일본 재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아시아 지역 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기금의 기능이 더욱 강화된다. 금융위기를 감시하고 분석할 조직이 만들어졌고, 위기 징후가 나타날 때 미리 진화에 나서는 예방 기능도 추가된다. 말 그대로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으로서의 골격이 갖춰진 것이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들은 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날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아세안+3 거시경제 조사기구(AMRO)’를 공식 출범시켰다. 일종의 ‘조기경보 체제’를 운영할 조직이다. 평상시 회원국들의 경제 동향을 면밀히 감시·분석하다 CMIM이 움직일 필요가 있을 때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첫 3년간 최고책임자는 중국이 1년, 일본이 2년씩 맡기로 했다.

 회원국들은 또 CMIM에 ‘위기 예방 기능’을 도입하는 데도 합의했다. 위기가 발생한 국가에만 지원을 할 수 있던 것을 위기 징후가 나타날 때 선제적으로 예방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되는 금융위기의 속성을 감안한 것이다. 이 같은 CMIM 강화 논의는 한국이 주도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위해 현재 1200억 달러인 CMIM 기금의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IMF와의 협력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윤 장관은 이어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조연설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물가상승 압력에 공동대응하고 역내 통합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신흥개도국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남·남(南·南)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아시아 경제 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가칭 ‘아시아 비전 위원회(Asia Vision Committee)’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조민근 기자

◆CMIM=금융위기 발발 시 아세안+3 회원국 간 통화 교환을 통해 위기 국가가 부족한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협정. 기존 양자 계약 성격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다자화한 것으로 지난해 3월 24일 발효됐다. 분담금 비율은 중국과 일본이 각각 32%, 한국 16%, 아세안 국가 20%다.

◆남남협력=신흥개도국(남) 간의 경제협력.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신흥개도국들의 수출 시장이었던 선진국(북) 경제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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