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융비리 ‘종결자’ 부산저축은행 오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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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던 일이 터졌다. 우리 금융시스템이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됐는지 탄식만 나올 뿐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총자산과 예금이 각각 10조원에 달하는 최대 저축은행이다. 웬만한 지방은행 버금가는 이런 금융사의 오너와 경영진이 10년 동안 고객 돈을 갖고 온갖 분탕질을 쳤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까마득히 몰랐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오너인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대표가 작당(作黨)해 사기행각을 벌였음이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120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고객 예금 중 절반에 가까운 4조5942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돈으로 그들은 골프장을 짓고, 운전학원을 차렸으며, 아파트 건설업을 했다. 당연히 불법이다. 저축은행은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제조업에 진출할 수 없다. 사업성 검토 등 대출심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분식회계도 2조5000억원이나 저질렀다. 자기자본 비율이 조작됐으니 국민은 안심하고 후순위 채권을 샀고, 증자에 참여했다.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니 2000억원 넘는 돈이 대부분 떼일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 놓고 자신들은 수백억원의 배당금과 월급을 챙겼다. 박 회장은 또 40억원이 넘는 개인 빚을 은행이 대신 갚게 했고, 영업정지 직전에 자신과 친인척들의 돈은 미리 빼내갔다고 한다. 금융비리의 ‘종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불법과 탈법이다.

 억장이 무너질 일은 또 있다. 박 회장 등이 10년간 이런 비리를 저질렀는데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혀 몰랐다니 말이다. 지난해는 무려 4개월 동안 검사했는데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단다. 금융당국이 왜 필요한지, 검사와 감독은 왜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일하라고 국민이 월급 주는 것 아니다.

 검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 청와대도 비상한 각오를 하고, 정권적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사과 성명서 하나 발표하고 말 일이 아니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란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