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나는 돈을 어디서 어떻게 빌려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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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영주


지금 나는 급전이 필요하다. 신용은 낮고 쓸 만한 담보도 없다. 매달 카드빚 돌려막기도 벅차고 은행 문턱을 넘어선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도 이용하기 어렵다. 친척이나 친구들은 이미 여러 번 이용하여 이제 말을 하기도 어렵다. 나는 돈을 어디서 어떻게 빌려야 하나?

늘어만 가는 신용불량자

IMF 외환위기! 이 단어조차도 이제는 잊혀져 가고 있지만 그 이후 빈곤은 점점 확대되어 왔고, 불평등 정도 또한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금융위원회는 2002년 제정된 대부업법에 의해 등록대부업의 경우 이자상한선을 연66%로 시작하여 작년 49%에서 44%로 하향조정하였고 다시 올 6월부터 연39%로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입법예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10~20%의 이자상한선을 제한하고 있어 외국과 비교해 세계 1위를 달리는 고금리로 한국의 금융채무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눈덩이처럼 커지는 빚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2005년 신용불량자 용어가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은 10등급으로 나누어져 있고 7등급이상은 금융기관에서 거래를 꺼려하고 있으며 실제 신용불량자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빚의 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며 금융채무자들에게 희망을 주어 새로운 삶을 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파산제도는 또 하나의 인간차별 장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파산면책을 받은 이들에게 금융거래는 평등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금융채무자들은 돈이 필요한 경우 방송사에서 광고하는 대부업체들에게 눈을 돌리게 된다. 10등급도 가능하다는 광고는 이런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일 수 있는 것이고 이들은 빚이 또 늘어가게 되며 이 빚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들이 생기게 된다. 이런 이들에게 대부업체는 꼭 있어야 하는 존재일 수도 있고 더 깊은 빈곤의 길로 빠져들 수도 있는 것이다.

대부업체 이용 피해사례 증가

천안에 거주하는 유모씨는 최고 500만원 한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 준다는 광고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서울에 있는 사무실까지 찾아가 계약서를 작성했다.

 휴대폰요금 선납식의 보증금으로 29만6000원을 지급하고 돌아왔는데 며칠 뒤 서류가 통과되었다고 하면서 10만원한도의 카드가 발급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확인한 결과 본인의 통장으로 매달 일정금액을 입금해주고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사용하는 것인데 이자와 가입비 등을 공제한 후 통장으로 6만7000원 정도가 입금된 것이다.

 유모씨는 정확히 어떤 계약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선납보증금을 입금해준 후 소액의 대출을 해주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대부업체였던 것이다.

 대출 받을 조건은 안 되고 돈이 필요한 양모씨는 어떤 브로커를 통해 휴대폰 한 대 개통해주면 50만~100만원씩 준다는 말을 듣고 본인의 명의와 부모님 등의 명의로 휴대폰 7대를 개통해주고 50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그 휴대폰들의 요금이 한 대당 800만원이상 나온 경우도 있다.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불법적인 거래를 하고 그들에게 더 큰 불행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제도금융권부터 알아보길

우리 현실에서 사금융시장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어 버렸다면 등록되어 있는 업체를 이용해야 하고 빨리 갚을 수 있는 능력 정도에서 이용을 해야 한다고 본다.

 많은 금액을 길게 사용하려면 대부업체 이용은 큰 불행을 안겨줄 수 있으므로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은행 등 제도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바로 대부업체를 이용한다. 따라서 대부업체를 이용하기 전에 반드시 제도금융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게 좋다.

 불필요한 신용조회 또는 대출 상담을 자제해야 한다. 특정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대부업체의 신용조회 기록이 많을수록 그 소비자는 신용등급이 낮아져 제도금융권 이용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합법적으로 대부업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신용불량자 등 신용등급이 극히 낮은 고객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으며 대출을 해줄 경우 고객에게 불리한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부업체에 대출 문의를 하는 경우 대부업 등록이 되어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관할청에 확인해야 하며 무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경우 법적 한도를 초과한 이자율을 적용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타 부당행위를 당할 우려가 높다.

 대부업 법령에는 대출이자율 제한, 대출중개수수료 수취 금지, 불법적 채권추심행위 유형 등이 세부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소비자들은 사전에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는 위법행위 내용을 숙지하여 대부업자의 부당행위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경제의식향상, 경제 교육 등을 통하여 가정경제를 잘 운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아래 정부의 사회적 안전망 마련과 확충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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