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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 아산경찰서장 인터뷰] “고객만족과 조직원의 행복, 두 마리 토끼 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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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허찬(47) 아산경찰서장이 부임 하자 마자 시민과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다양한 시책을 펼쳐 화제가 되고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순찰을 강화하고 농촌지역에 예약순찰을 실시하는 등 친 서민 시책이 호응을 얻고 있다.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기 위해 ‘스마일 근무교대식’도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있다. 15일 취임 100일을 앞둔 허 서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지난달 27일 만난 허찬 아산경찰서장이 고객만족과 직원 행복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취임한지 석 달 정도 됐다. 그동안 눈에 띄는 다양한 시책들을 쏟아냈다.

 “일단 신뢰받는 아산경찰이 되기 위해 존중·엄정·협력·공감 이라는 4가지의 큰 틀을 형성하고 29개 항목의 추진 과제를 세웠다. 고객만족을 위해 전화 친절도 향상에 힘쓰고 있으며, 분기별로 시민들의 만족도를 조사해 이를 토대로 직원들과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시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난달부터 실시중인 다문화 어린이 경찰대와 외국인 운전교실 등 다문화 가정을 배려하는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농촌지역에는 빈집 털이 절도 예방을 위해 주민들이 요청한 지역과 시간대에 순찰을 강화하는 ‘예약순찰제’를 적극 실시하고 있다. 예약순찰제는 농촌 주민들의 장기 외출이나 경조사 참석, 특산물 출하 시기 등에 빈집 털이나 농·축산물 절도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다. 지역 특성에 맞게 일정시간 순찰차 거점장소나 차량 순찰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청소년을 위해 시행 중인 ‘전 직원 1인 1구좌 운동’도 벌이고 있다. 현재 120여 명의 직원들이 동참하고 있다. 1명의 경찰관이 자신의 급여계좌 이외에 후원계좌 1개를 더 개설해 매달 일정부분 후원하는 형식이다. 모인 돈은 연중 2회씩 학비가 모자란 아이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탁되고 있다.”

-경찰이 펼치는 ‘친 서민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을 어려운 존재로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시민은 우리의 고객이자 가장 중요한 이웃이다. 시민들도 경찰을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지역 곳곳의 순찰을 강화하고 CCTV 설치도 확대하겠다. 또한, 기본근무 외에 가용인력을 동원해 자발적으로 지역 곳곳에 순찰활동을 펼치겠다. 특히 다음달부터 여성이나 아동을 상대로 하는 강력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적극적으로 순찰할 예정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순찰해야 하나. 아파트 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순찰을 하지 않나.

 “아파트 주차장은 각종 생계형 범죄에 노출돼 있는 곳이다. 오래된 아파트에는 CCTV 설치가 미흡하고, 관리원도 연령대가 높은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인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시민이 경찰을 이웃으로 느끼게 하려면 후미진 곳까지 책임지는 경찰이 돼야 한다. 아파트를 주요 순찰노선으로 지정해 일 평균 2회 이상 순찰을 실시하겠다. 이·통장 들과 협력해 시민들의 각종 불편도 최소화 할 생각이다.”

-직원들을 위한 새로운 시책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던데.

 “일단 휴일에는 나부터 출근을 하지 않는다(웃음). 상관이 휴일에 나와 업무의 스트레스를 준다면, 당직 근무자를 비롯해 집에서 쉬는 직원들까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근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휴일에는 가능한 한 여가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불필요한 회의는 하지 않는다. 회의가 많다고 조직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속담이 있듯 구상보다는 실행을 중점으로 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그 다음은 현장직원과의 공감을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지역별 지구대원들과 아침식사를 한다. 그런 자리를 통해 현장의 문제점과 어려웠던 점을 직접 듣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 중이다. 마지막으로 밤샘근무로 지친 경찰관들을 위한 ‘스마일 근무교대식’을 시행 중이다. 밤샘 근무와 잦은 신고출동, 취객들로부터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보면 두통과 불면증 등에 시달리는 경찰관들이 적지 않다. 외부에서 웃음치료사가 초빙돼 직원들이 함께 서로 뭉친 어깨를 주무르고 힘차게 손뼉을 치고 웃으며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스마일 근무교대식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스마일 근무교대식은 전국 최초라고 들었다.

 “그렇다. 나도 밤샘근무를 해봐서 알지만 많이 힘들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교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다.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스마일 근무교대식으로 밤샘근무를 한 직원들은 상쾌한 마음으로 퇴근할 수 있고 출근하는 직원들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근무를 시작할 수 있어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서장실 벽에 붙여진 커다란 직원들의 롤링페이퍼가 눈에 띄는데.

 “별다른 뜻은 없다. 다만 처음 이곳에 서장으로 부임했을 때 직원들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어두웠다. 그리고 서장이라는 직책에 대해 벽이 있는 것 같았다. 직원들의 속마음을 조금 이나마 듣고 싶어 문구점에서 가장 큰 종이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익명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적어보라고 했다. 직원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그리고 서장이라는 직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물론 직원들이 작성한 롤링페이퍼에는 좋지 않은 얘기도 많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좋은 선물이라 생각하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벽에 붙여두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한 마디.

 “지난 25일 우리 아산경찰서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지역개발로 증가되는 범죄로부터 28만 아산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주민만족 TQM(Total Quality Management)치안프로젝트를 발표했다. TQM 치안프로젝트는 각종 상권과 온천관광지, 주거시설이 밀집돼 있는 도심권과 농촌지역인 시외권을 차별화해 경찰활동을 펼친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철저히 생계침해 범죄를 예방하고 지역주민과의 접촉기회를 늘림으로써 ‘찾아가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남은 임기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계획한 일은 철저히 시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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