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시장님’은 과도한 존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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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최근 서울시 공문서에 ‘시장님’이란 표현이 잇따라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시장님 말씀’ ‘시장님 지시사항’ 등처럼 ‘시장’이란 호칭 다음에 꼬박꼬박 ‘님’자를 붙였기 때문이다. 어떤 문서에는 ‘시장님’이란 표현이 열 번이나 나온다고 한다.

 과거 정권에서는 ‘대통령님’이란 말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대통령님’이란 호칭이 흔히 쓰이다 보니 한·미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을 “대통령님 감사하다. 아름다운 나라다”고 번역한 일도 있었다.

 면전에서 부를 때는 사실 ‘시장’이나 ‘대통령’이라고 하기가 뭣한 측면이 있다. 예의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시장님” “대통령님”이란 호칭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3자에게 얘기할 때나 공문서 등에서 언급할 때는 그냥 ‘시장’이나 ‘대통령’이라고 해야 한다. 이들 호칭 자체가 직함뿐 아니라 권위에 대한 인정과 존경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굳이 ‘님’자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객관적으로 이순신 장군을 언급할 때는 ‘이순신 장군님’보다 ‘이순신 장군’이 더욱 어울리는 표현인 것과 같은 이치다. 공문서나 객관적인 글에서 ‘시장님’이나 ‘대통령님’이란 표현이 나오면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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