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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게릴라’ 곽승준, 동반성장 깃발로 대기업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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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감한 교육 현안을 건드리는가 했더니, ‘통일의 쓰나미가 오고 있다’는 제목으로 언론 기고를 하고, 어느새 아랍에미리트(UAE)로 날아가 아부다비 유전 확보를 위한 대통령의 비선 라인으로 활약하고….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 얘기다. 이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다 보니 이명박 정부의 ‘정책 게릴라’라고 불린다.

워낙 다양한 분야의 정책에 간여한 탓에 ‘오지랖이 넓다’는 비판도 들었다.

 어느 정도였을까. 서민·중산층을 위한 휴먼 뉴딜을 주장하다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벌였다. ‘오후 10시 학원 수업 제한’ 조치를 발표했고 이후 외국어고 입시 개선까지 손을 댔다. 근래엔 일부 방위산업의 민간 이전을 다룬 국방개혁 문제까지 간여했다. 해당 부처와 갈등이 빈번했지만 일부 성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이 과정에 대해 “각 부처가 미래지향적으로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걸 우리가 하니까 갈등은 숙명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정책 게릴라’가 이번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라는 예민하고 논쟁적인 화두를 던졌다. 국민연금이 주주 역할을 제대로 하게 해서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국내 대기업이 정부 부처보다 더 관료적이며, 단기 성과에 급급해 2∼3년도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고 대기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어찌 보면 이번 정책의 전주곡(前奏曲)이었던 셈이다.

곽 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2008년 인수위 시절부터 논의됐던 내용이고 지난해 국민연금이 외부에 연구용역을 맡기기도 했던 사안”이라며 “이젠 관치 대신 시장경제에 맞게 주주권을 통해 의견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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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 위원장은 국민연금 역할론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인 ‘동반성장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26일 정책토론회 연설에서 “국내의 인재와 자원이 집중되고 있는 대기업이 우리 국민의 미래 먹을거리가 될 신수종 분야의 개발이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미온적인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국가 전체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동반성장을 둘러싸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사이에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이 벌어졌다.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자 대기업의 상생협약 선언이 이어졌다. 정부가 동반성장을 워낙 중요시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관치 논란도 벌어졌다. 곽 위원장은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국민연금 활용론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는 더 큰 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선임연구위원은 “주식을 보유한 연·기금의 기본 목적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안정성·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며 “개별기업의 경영전략에 연·기금이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기업에도, 연·기금 자신에게도, 국민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기금이 정치권이나 정부 정책의 요구를 그대로 따를 경우 기업도 부담이지만 연·기금 수익률도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곽 위원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캘퍼스) 등의 예를 들면서 주주권 행사가 선진국에 광범위하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좀 달랐다. 황인학 선임연구위원은 “캘퍼스는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의무가입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통해 동반성장 압력을 행사하거나 한다면 국민연금 가입의무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의 발표는 부처의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곽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에 논의된 적 없다. 평소 학자로서 소신을 발표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논의 과정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서경호·고정애 기자

◆미래기획위원회=대통령 소속 기관으로 미래사회 전망과 이에 기초한 사회통합과 안전·인구·환경·교육·문화·에너지·식량·수자원·건강·정보통신·미디어·우주개발 등 미래생활과 관련된 국가비전·전략 수립에 관해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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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19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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