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1위, 출전한 2·3위 … 이번 주말 지나면 남자골프 1위 바뀔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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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위 리 웨스트우드(左), 3위 루크 도널드(右)

지난 2월까지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를 지켰던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다시 감을 잡았다. 부상으로 올 시즌 초반 부진, 랭킹 2위로 밀려났던 그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인도네시안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4연속(1~4번 홀) 버디를 잡아내는 등 맹활약했다. 6번 홀에서 티샷을 그린 근처까지 때리는 등 과거의 힘과 정교함이 함께 살아났다. 번개로 이날 경기가 중단된 16번 홀까지 9언더파로 공동선두다. 웨스트우드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현 세계 랭킹 1위 마르틴 카이머(독일)를 추월하게 된다.

 랭킹 1위 카이머를 추월한다고 해서 1위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랭킹 3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힐튼 헤드에서 열리고 있는 PGA 투어 헤리티지에서 우승하면 정상에 등극한다. 헤리티지 출전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서 우승 시 배점이 더 높고 웨스트우드와 도널드의 점수 차이가 0.36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웨스트우드가 상대적으로 우승 가능성이 크지만 두 선수 모두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번 주에 쉬고 있는 현재 1위 카이머가 자리를 지킨다. 여자 골프가 청야니(대만) 체제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 남자 골프의 난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랭킹 1위 자리를 놓고 수건 돌리기 식으로 매주 상위권 선수들이 교대로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우즈다. 강력한 황제가 ‘돌아오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우즈는 현재 랭킹 6위에 처져 있다. 우즈와 1위 카이머와의 점수 차이(1.75점)는 우즈와 세계 랭킹 20위의 점수 차이(1.78점)와 비슷하다. 우즈는 올라올 수도 있지만 더 깊은 나락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카이머는 최근 인터뷰에서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 전반 9홀에서 우즈가 엄청난 기세로 쫓아왔는데 다른 선수들이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우즈가 돌아와도 과거처럼 위력적이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오랫동안 난세는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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