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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증시전망]

중앙일보

입력

새 천년의 시작과 함께 산뜻한 출발을 보였던 주식시장이 미국 증시의 폭락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아 종합주가지수가 사흘 동안 1백10포인트나 빠지는 급락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의 폭락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분기 내내 국내 증시가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주가 왜 떨어지나〓무엇보다 '세계 증시의 온도계' 역할을 하는 미국 증시가 금리인상 우려로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 1차 원인이다.
특히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등 첨단기술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정보통신주가 너무 올랐다" 는 심리적 우려를 증폭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불안한 수급 상황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용했다.

투신권이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2조~3조원대의 스폿펀드 환매에 대비, 연일 '팔자' 우위를 보이고 있고 환율.금리의 불안 속에 외국인도 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

정보통신주 투자로 큰 이익을 본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이익 실현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 말 대규모로 실시된 정보통신 기업들의 공모주 청약 물량도 이제는 상당한 매물 부담이 되고 있다.

◇ 실적주 각광 받을까〓지난 4일 미국 증시의 대폭락 이후 5~6일 첨단기술주가 몰려 있는 나스닥지수는 약세를 보인 반면 대형 제조업체들이 편입돼 있는 다우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의 경우도 7일 종합주가지수 낙폭이 줄면서 종금사를 중심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4백29개 종목이 오름세를 보였고 코스닥지수는 정보통신 종목의 하한가 행진 속에 이날 8%가 넘는 폭락장세를 나타냈다.

템플턴투신운용 제임스 루니 사장은 "당분간 정보통신주 대신 실적 호전주들이 잠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 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조정을 거친 정보통신주들이 다시 각광받을 것" 이라고 밝혔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개별주들이 소폭 오를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상황이 안좋아 주도주로 부상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예상했다.

◇ 향후 전망〓국내 증시 상황은 미국 시장의 안정 여부와 국내 수급 상황 개선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7일 대우증권은 미국 내 전문가들의 예측 자료를 종합한 미국 증시 전망을 통해 "미 주가는 금리 인상 우려에 따라 1분기 조정을 받은 뒤 점진적인 상승이 예상된다" 고 밝혔다.

미국 주가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7일(현지시간) 공개되는 미국의 실업률 통계와 13일 생산자물가지수(PPI), 14일 소비자물가지수(CPI)발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수치들이 미국의 인플레 우려를 가중시키느냐, 아니냐에 따라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와 미 증시의 향후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환경으로는 다음달로 예정된 대우채권 환매비율 확대와 총선정국 진입이라는 고비가 남아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주가지수로 본 조정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단계지만 기간 조정은 한두달 정도 계속될 것" 이라며 "잠시 투자를 쉬어야 할 때" 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직접 투자를 할 경우 보수적 자세로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 대표주 등으로 매수 대상을 좁혀야 하며 떨어지는 정보통신주를 저점 매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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