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단서에 뇌물까지…北 주민들 김일성 생일 행사 빠지려 각종 수단 동원

중앙일보

입력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 행사 준비에 빠지기 위해 병원 진단서를 끊거나 간부에게 뇌물을 주는 등 각종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대북매체 열린북한방송에 따르면 평안북도 신의주 소식통은 “김일성 생일 행사에 동원되는 주민들이 ‘일제 시대 강제 부역과 차이가 없다’ ‘장사도 못하게 매일 참가하라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강하게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후계자로서 업적을 공고히 쌓기 위해 태양절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해왔다. 신의주의 경우 태양절을 두 달여 앞둔 2월부터 중앙당 지시로 일반 주민, 학생과 유치원 어린이 약 2만 명이 고된 훈련에 내몰렸다. 소식통은 “예전엔 김정일 생일 직후부터 태양절 행사를 준비한 적이 없었다. 김정은 때문에 고생을 배로 했다"고 말했다. 양강도와 평안북도에서도 집단 체조 '아리랑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노동자와 학생, 유치원생들이 동원됐다.

김정은의 요란한 치적 쌓기에 고생하는 이는 가난한 주민들이다. 생계에 허덕이는 주민들은 본업을 뒤로 한 채 행사에 참가해야 한다. 소식통은 “병원에 돈을 주고 진단서를 끊어 당국에 제출하거나 조직 책임자들에게 돈을 찔러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원에 나서야 한다. 한 소식통은 “동원에서 빠지는 사람들은 그나마 벌이가 괜찮은 사람들"이라며 "장마당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이들만 죽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