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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자금 융통하는 CP 사악한 의도 개입할 수도 … CP는 폭발력 강한 증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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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시드니 와인버그

“기업어음(CP)은 폭발력이 강한 증서다.” 미국 골드먼삭스를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키운 고(故) 시드니 와인버그가 1960년대 후반에 한 경고다. 그때 골드먼삭스 사람들은 채권이나 주식보다 CP 인수에 중독돼 있다시피 했다. 자산 가운데 CP 비중이 너무 컸다.

 당시 CEO인 와인버그는 긴장했다. 그는 “CP는 우리가 창업 이후 집중한 자산이지만 단기 자금을 융통하는 수단이어서 사악한 의도가 개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달이 벌어졌다. 1970년 6월 미 최대 철도회사인 펜센트럴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CP 수억 달러어치를 발행한 직후였다. 주로 골드먼삭스가 인수해 시장에 판 것이었다. 순식간에 200억 달러 정도였던 당시 미 CP 시장이 얼어붙었다. 기업의 단기 자금 조달 창구가 막혔다. 파산 도미노가 뒤따랐다. ‘기업어음 위기(CP Crisis)’다. 최근 미 금융위기 때 CP는 시장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기도 했다. 금융회사들의 비우량 모기지 자산을 넘겨받은 페이퍼 컴퍼니(가공회사)들이 발행한 CP가 무더기로 부실화했다.

 CP는 1860년대 미국에서 개발됐다. 당시 은행들은 남북전쟁으로 덩치가 커진 회사들이 원하는 만큼 운전자금을 빌려주지 못했다. 결국 기업들은 약속어음의 변형인 CP를 개발했다. 발행 기업엔 담보가 없어도 은행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단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치다. 은행의 까다로운 대출심사도 피할 수 있다. 그만큼 사악한 의도가 끼어들 가능성이 크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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