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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네가지 빛깔

중앙일보

입력

'소포모어 징크스' 라는 말이 있다.대학 2학년생에 빗대 작가나 연출가 혹은 운동선수들이 두번째 작품(혹은 기록)에 도전할 때 첫 번보다 수준이 못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그러나 적어도 영화계에서만은 이런 현상이 옛말이 된지 오래다.데뷔작보다 훨씬 평판이 좋은 두 번째 작품을 선보인 신진 감독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그중 대표적인 감독들이 이창동(46).홍상수(39).강제규(39).장윤현(33). 지금까지 영화 두 편 씩을 냈는데 작품마다 색깔이 독특해 한국영화의 기대주로 꼽힌다.

EBS의 장수 교양프로그램인 '시네마천국' (7일 밤10시)이 밀레니엄 기획시리즈 첫번째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새로운 한국영화의 기대주들' 에서 이들의 영화세계를 찾아간다.개인성향의 작가영화에서 대중성이 강한 흥행영화까지 극과 극의 지점에서 이들이 추구하는 작품세계를 조명한다.평론가 김영진.주유신.심영섭 등이 출연, 격론도 펼칠 예정. 가장 연장자인 이감독은 새해 첫날 두번째 작품 '박하사탕' 을 개봉했다.

그는 마흔 넘어 펜(소설가) 대신 카메라(영화감독)를 택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데뷔작 '초록물고기' (97년)로 리얼리즘 영화의 새로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데 이어 '박하사탕' 에서도 만만찮은 주제의식을 드러냈다.특히 이 작품은 시공을 초월해 사건과 인물을 현실화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96년)과 '강원도의 힘' (98년)의 홍감독도' 흥행기록과 상관없이 자기 세계를 고집하는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천연덕스럽게, 그러나 어딘가 비틀리고 냉소적으로 그려 한국영화의 대안을 제시할 만한 감독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장감독과 강감독은 현재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흥행의 귀재. '96년 서울에서 45만 명을 동원, 그해 흥행 2위를 기록한 ' '은행나무 침대' 의 강감독은 두번째 작품 '쉬리' 로 아예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썼다.전국에서 6백여만 명이 이 영화를 봤다.때문에 한국영화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는 평.

'97년 최고 흥행작 ' '접속' (서울 67만명)의 장감독 또한 지난해 하드 고어 스릴러 '텔 미 썸딩' 을 통해 한국영화의 소재와 장르 개척의 선봉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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