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장영복 신발끈여행사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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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복(47) 신발끈여행사 대표는 캐주얼 복장을 즐긴다. 넥타이를 매는 일이 드물다. ‘자유로움’은 그의 스타일이자, 경영 철학이다. 이 여행사가 만드는 상품에도 이런 철학이 스며 있다. 한 달여의 시간을 들여 남극점을 밟고 오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 덕에 유명해진 갈라파고스 군도에 가거나,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을 달린다는 중국 칭짱열차를 타러 가는 상품도 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답사를 하고서 여행상품을 만든다. 현재까지 남극에 세 번 다녀왔다. 배낭에는 오지에서 유용한 물건들이 담겨 있다.

 애장품 1호는 전기 없는 곳에서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태양광 충전기’ ① 다. 이것 하나면 위성전화, 디지털카메라 같은 전자제품을 사막·빙하 같은 곳에서도 충전할 수 있다. 아이폰을 끼워 음악을 듣는 스피커 ② 도 꼭 가져간다. ‘남극점 표식’ ③ 도 그가 자랑하는 소장품 중 하나다. 남극에선 이런 표식들을 쇠막대 위에 부착해 땅에 꽂아 남극점 위치를 알린다 한다. 남극의 미국기지에서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게 있어 하나 사왔다.

 옷도 여행지에서 주로 구입한다. 인터뷰 당일 입은 셔츠(캐멀액티브)와 바지(리)의 경우 태국 휴양지 후아힌 인근의 아웃렛에서 샀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옷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 셔츠도 즐겨 입는다. 땀이 배어도 금세 마른다. 재킷(페리 엘리스) 정도만 국내에서 산 것이다.

 홍대 경영학과 84학번인 장 대표는 배낭여행 1세대다. 군 제대 후인 88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자 휴학을 하고 호주와 동남아 10개국을 돌아다녔다. 이듬해엔 미국과 유럽을 섭렵했다. 이 경험을 살려 대학교 4학년이던 91년 여행사를 차렸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여자 후배와 단둘이 시작했다. 그 후배와 2년 전 북극점을 밟고 왔다. ‘결혼 15주년’을 기념한 여행이었다. 신발끈여행사는 이제 서울 홍대 인근에 3층짜리 사옥을 가지고 있는 중견 여행사로 성장했다.

 장 대표는 배낭여행 안내책자인 ‘론리 플래닛’의 창시자 토니 휠러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았다는 게 둘의 공통점이다. 신발끈여행사는 론리 플래닛 영문판의 한국 총판도 맡고 있다. 그에게서 선물 받은 호주산 모자를 소중히 간직한다.

 장 대표가 최고로 꼽는 여행지는 역시 남극이다. “여행 경험이 적을 때는 ‘맨메이드’(man-made) 풍경을 좋아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갓메이드(God-made)를 찾게 되죠. 남극에는 인공물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그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게 가족이에요.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게 해주는 곳이니까 최고의 여행지죠.”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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