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윤증현팀 최대 숙제는 가계 빚 연착륙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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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말 실제 이자를 무는 개인들의 이자부(利子附) 부채가 937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에는 간단히 1000조원을 넘어선다. 나라 빚의 증가 속도는 더 아찔하다. 지난해 말 정부 부채는 367조1000억원으로 2002년(99조8000억원)보다 267.8%나 늘었다. 이렇게 쌓인 개인·기업·정부의 이자부 금융부채는 2586조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2배나 된다. ‘빚 공화국’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다행히 기업은 외환위기 때 혼이 난 뒤 기업부채 증가율은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가계 빚이 문제다. 2009년 말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금융위기가 일어난 미국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144%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전체 가구의 29.7%는 아예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다. 세 가구 중 하나꼴로 ‘재(財) 테크’가 아니라 ‘빚 테크’에 골몰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오염되면서 정부 부채와 공기업 부채도 기하급수(幾何級數)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가계대출이 과다하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금융 부실과 전체 경제의 동반 침몰을 야기할 수 있다. 정부 부채가 많으면 제3의 경제위기가 닥쳤을 경우 제대로 재정 투입을 하기 어렵다. 과도한 빚 때문에 경제가 무너져 내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런 의미에서 가계와 정부의 채무 구조조정이야말로 윤증현 경제팀의 최대 숙제다. 한시바삐 손을 써야 한다.

 가처분 소득 증가율의 범위 안에서 부채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하는 게 채무 구조를 연착륙(軟着陸)시키는 유일한 해법이다. 필요하면 기준금리도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역시 부동산 경기용이 아니라 금융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인식돼야 한다. 변동금리제 대출을 고정금리제로 유도하거나 서민을 위한 ‘금융 안전망’을 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우리 사회가 위험 수위에 이른 가계와 정부 부채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