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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신대초 친환경급식 비용 학부모 부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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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지역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한 초등학교가 친환경 급식을 위해 학부모들에게 급식비를 따로 걷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가 찬성했고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추가부담도 약속한 마당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과 “무상급식 이전과 다를 게 없다. 저소득층 아이들의 박탈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등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천안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신대초는 지난해 말 학교급식소위원회를 열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필요한 추가 비용을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것에 대해 논의 했다. 이후 벌인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92% 찬성을 얻어 운영위원회에 발의 안이 정식 상정됐고, 올 초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학부모는 친환경급식을 위해 한 끼 당 400원씩 한 달 평균 8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학생은 전체 학부모들이 한 끼 당 40원씩 내기로 한 별도의 발전기금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절차상 하자는 없다지만…

일단 관련규정이나 절차상 문제는 없어 보인다. 충남도교육청 무상급식 시행지침에 따르면 학교장이 추가부담에 대한 학부모 동의를 얻고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경우 친환경급식을 시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신대초의 친환경급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지역·학교 간 차별과 무상급식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대초 친환경급식은 무상급식 전면시행과 맞물려 학부모들의 요구로 이뤄졌다. 신대초가 있는 서북구 두정동은 천안의 3대 주거 밀집지역 중 하나로 중산층 이상이 많은 지역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지역의 학부모들이 ‘돈을 부담할 테니 친환경급식을 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저소득가정 학생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 신대초의 급식형태는 무상급식 전면시행 이전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 학부모는 “한 달 8000원(끼니 당 400원)을 못내 급식을 지원받는 아이는 과거 보다 더 큰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부모 단체 지지 성명 발표

최근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천안학부모회’(이하 학부모)는 “신대초 급식은 ‘친환경 나눔 급식’이라며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학부모회는 27일 성명서를 통해 “신대초 친환경급식은 학부모 92%가 급식비 부담을 찬성해 운영위원회에서 정식 심의·결정한 사안이다. 조만간 친환경무상급식이 실현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그 동안 친환경 음식재료 구입비를 학부모들이 부담하겠다고 결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인 저소득층 지원과 관련해서는 “학부모들이 한 끼 당 40원의 기부금을 추가로 낼 의향이 있는지를 함께 물어 동의를 얻었다”며 “학교발전기금 역사상 가장 많은 학부모가 십시일반 정성을 모은 목적기부금 사례다.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해 기꺼이 사랑을 나누겠다는 ‘친환경 나눔 급식’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학부모회는 “신대초 논란은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고민이 부족했던 공직자들을 대신해 학부모가 나선 것이므로 지자체와 충남도교육청은 조속히 친환경무상급식을 실현하라”고 주장했다

 친환경무상급식 운동을 벌여온 장기수 시의원은 “신대초의 경우 무상급식 시행 이전부터 학부모들이 급식비를 추가 부담해서라도 친환경급식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왔다. 예산부족으로 친환경 급식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신대초 학부모들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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