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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원전 전문가·로봇 일본으로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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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WC-135

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뒤늦게 세계 각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일본 언론들은 “적극적인 지원 요청은 원전 사고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지난달 3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한 데 이어 31일에는 방일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다. 간 총리는 “앞으로도 미국·프랑스 등과 긴밀히 협력해 도움을 받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이후 프랑스·미국 등 주요 원자력 강국의 지원을 거절해 비판을 받아 왔다.

 각국의 지원은 이미 시작됐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달 29일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에서 “원전 안에서 원격조종할 수 있는 로봇을 일본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로봇은 고농도의 방사성물질에 노출돼도 작업이 가능하다. 미국은 로봇을 조작할 인력 등 전문가 40명도 함께 파견할 방침이다. 미 공군도 일본 정부 요청으로 관측기인 WC-135기를 파견한다. WC-135기는 대기 중 극소량의 방사성물질까지 관측할 수 있다.

2006~2009년엔 북한의 핵실험 탐지에 투입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혼합산화물(MOX) 연료를 가공한 아레바의 안 로베르종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30일 원전 전문가 5명을 대동하고 일본을 방문했다. 그는 “고농도 방사성물질 누출 처리 기술과 오염수 처리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도 31일 원전 복구를 위한 원격조종 로봇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해수 전문가를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후쿠시마 제1 원전 앞바다의 1~4호기 배출구에서 법적 기준치의 4000배가 넘는 방사성 요오드 131이 검출돼 바닷물 방사능 공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말 도쿄전력이 방사능 작업자 보호용 마스크와 필터를 긴급 요청함에 따라 마스크와 필터 200개씩을 전달했으며 원전에서 사용하는 붕산 52t을 지원했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62m 높이에서 살수할 수 있는 콘크리트 압송기를 도쿄전력에 기부했다. 콘크리트 압송기는 고층 빌딩의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붓는 기계로, 원자로 냉각을 위한 살수작업에 쓰인다. 베트남 기업이 갖고 있는 높이 58m짜리 콘크리트 압송기도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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