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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운동화’ ‘고소영 신발’… 없어서 못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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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현빈 뉴발란스 운동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뉴발란스 압구정 매장에는 “현빈이 신었던 운동화가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을 응대하기 힘들 정도였다. 문의전화는 낮 12시 무렵부터 시작됐다. 탤런트 현빈씨가 이날 경북 포항 해병대 훈련소에 입소하면서 큰절을 한 게 발단이었다. 무릎을 꿇으면서 들린 바짓단 아래로 운동화가 보인 것이다. 뉴발란스 670 모델이었다. 뉴발란스 압구정 매장 관계자는 “당시 현빈씨가 신은 모델은 한정판이었지만 매년 모양을 조금씩 바꿔 계속 출시되고 있던 제품이었다. 덕분에 올해 출시된 해당 모델은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뉴발란스 측은 현빈씨에게 운동화를 협찬한 적이 없다. 패션업계에선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연예인 같은 유명인사에게 의상 등을 협찬해 간접광고를 하는 PPL(Product In Placement)이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뉴발란스는 아직 PPL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이처럼 후원하지도 않았는데 유명인사가 상품을 착용해 특수를 누린 경우가 드물지 않다. 뉴발란스는 미국에서도 이런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덕분이다. 잡스는 아이폰·아이패드 등 신제품을 출시하면 직접 나서 제품 설명회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설명회 때면 늘 검은색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는데 이때 신는 운동화가 뉴발란스 제품이다. 잡스가 신는 99X 시리즈 모델은 아예 ‘스티브 잡스 운동화’란 애칭이 붙었다. 한국에서도 애플의 신제품 설명회가 열릴 즈음이면 스티브 잡스 운동화가 불티나게 팔린다. 뉴발란스 김지헌 브랜드장은 “유명인사가 착용하면 블로그나 트위터 등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금세 퍼져 매출 상승으로 곧장 이어진다”고 말했다.

고소영 아쉬 여성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브랜드가 명사들 덕분에 유명해지기도 한다.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인 아쉬(ASH)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탤런트 장동건씨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던 고소영씨가 신혼여행을 가면서 아쉬의 신발은 신은 것. 버클이 달린 스니커즈 형태에 통굽이 결합된 트위스트 모델을 신은 고소영씨의 사진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아쉬는 명품 신발업계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당시 특수를 누린 브랜드가 또 있다. LG패션이 수입하는 프랑스 의류 브랜드 이자벨 마랑이다. 고소영씨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이 브랜드의 호피무늬 코트를 입었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은 이미 완판된 상태였지만 고소영씨 입국 후 이틀간 이자벨 마랑의 하루 매출은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났다.

 부정적인 사건에 연루된 유명인사들이 착용해 광고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 수입 판매하는 몽클레르와 디스퀘어드는 지난 2월 ‘신정환 공항 패션’으로 유명세를 탔다. 신정환씨는 필리핀으로 원정 도박을 나갔다가 이들 브랜드에서 내놓은 패딩 점퍼와 청바지를 입고 귀국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측은 “고가의 명품 브랜드라 매니어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신정환씨가 착용해 대중적으로 브랜드를 알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정아씨가 자전적 에세이 『4001』 출판 간담회에 들고 나온 가방이 화제가 됐다. 뱀 가죽 소재의 이 가방은 이브생로랑의 제품으로 국내엔 수입되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에 노출된 후 이브생로랑 매장에는 이 가방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유명세가 실제 해당 브랜드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정적인 사건에 연루되면 화제가 되긴 하지만 정작 실속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가짜 제품이 잘 팔리는 반짝 효과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관심을 보이는 대중과 해당 브랜드의 주요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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