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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다시 뛰는 송도를 가다 >> ‘삼성 효과’로 활기 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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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낮 12시 인천해양경찰청 뒤편 상권.

이코노미스트3월 21일 낮 12시10분 송도의 한 주상복합빌딩. 편의점, 레스토랑, 부동산중개소 등 가게 19곳이 건물 1층을 두르고 있다. 불과 2년 전에는 단 한 곳의 가게도 찾아볼 수 없던 곳이다.

부동산 급매물 줄고 문의 전화 하루 100통 넘어

지하 1층 푸드코트로 들어서자 100여 명이 식사하고 있다. 3개월째 이곳에서 장사해온 ‘한스델리’ 장숙희(54)씨는 “점심시간엔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며 “평균 30~40명이 식사하러 온다”고 말했다. 인근 농협PB센터에서 일하는 오미자(48)씨는 “점심시간에 자주 이곳에 오는데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본다”고 했다.

최근 1년 사이 거주자 두 배가량 증가
LED 가로등 공사를 하기 위해 송도에 왔다는 이완배(55)씨도 동료와 함께 식사 중이었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하는데 특이한 건물도 많고 바다도 가까운 송도는 재미있는 도시”라며 “아직은 손대야 할 곳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송도 거리에선 건설 노동자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IFEZ (Incheon Free Economic Zone·인천경제자유구역)는 전체 면적 5340㎡(약 1615만 평) 중 상·하수도, 교량시설 건설 등 기반 조성을 23%가량 마친 상태다. 현재 바이오 기업 아이센스와 IT 기업 일진반도체 그리고 애니메이션 기업 송도애니파크가 입주를 위한 공사를 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여의도의 여섯 배 크기로 향후 인구 25만 명이 상주하게 될 경제특구다. 그러나 한동안 “아무도 살지 않는 도시”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기업 유치가 계획대로 되지 않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부동산 거래는 줄어들고 급매물이 늘어나는 일이 반복됐다. 계획도시인 송도는 타격이 컸다.

지난해 4월부터 송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해온 최수진(36)씨는 한동안 속이 탔다. 최씨는 “작년에는 가게 앞에 공사 차량만 다녀서 괜히 이곳에 가게를 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고 말했다. 작업복을 입은 건설 노동자만 음식점을 찾았다.
그러나 요새는 직장인, 주부, 외국인 등 손님 층이 다양해졌다. 손님도 늘었다.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땐 손님이 거의 없었지만 요새는 하루 평균 매출이 80만~100만원에 이른다.

송도는 최근 2년 사이 인구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월 말 기준으로 4만4186명이 송도에 거주 중이다. 아직 목표한 인구의 18%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08년 2만4380명이었던 송도 내 거주 인구는 2009년 2만8678명, 2010년 3만6579명으로 늘었다.

송도에 입주한 기업의 수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183개, 2009년 236개, 2010년 328개 기업이 입주했다. 개인사업체를 포함한 전체 사업체 수도 2008년 763개, 2009년 907개, 2010년 1265개로 늘었다.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이 입주한 바이오단지의 경우 목표 면적의 90% 부지가 분양이 완료됐으며 IT 기업이 입주하게 될 지식정보산업단지는 분양이 80%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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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병원 없어 불편
2월 25일 삼성전자가 신수종 사업인 차세대 바이오제약 사업 단지를 송도에 짓는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기대 심리가 한층 커졌다. 삼성은 2013년 초부터 의약품을 생산하고 2016년부터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IFEZ 신성장산업유치과 이승주 과장은 “바이오제약 외에 신약 개발까지 합친다면 약 3조원 정도가 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효과 역시 크다. 이 과장은 “삼성 투자와 관련된 고용 규모는 5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며 간접고용 효과까지 합치면 1000명 정도가 추가적으로 일자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착공에 들어가 2017년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삼성이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송도 내 부동산도 활기를 띠고 있다. ‘부동산 114 BESTRO’ 변정하 대표는 “하루 100건도 넘게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연초에 비해 시세가 오르진 않았다. ‘21세기 부동산’ 정경호 대표는 “한때 송도의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현재는 안정화된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급매물을 거두는 경우도 늘었다. 정 대표는 “대기업이 온다고 확정되자 불안한 마음에 급매물을 내놨던 사람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가 도시로서 모습을 완벽히 갖춘 것은 아니다. 송도에서 만난 상인과 지역 주민은 높은 소비수준과 교육여건을 송도의 매력으로 꼽았다. 6개월가량 송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해온 이동윤(45)씨는 “송도에는 아무래도 소비력이 있는 사람이 많이 오고, 국제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커 외국 손님도 많다는 점 때문에 가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근처에 채드윅 국제학교와 외국 기업체가 있어 외국인 손님이 음식점을 자주 찾는 편이다. 2월 말 기준으로 807명의 외국인이 거주 중이다.

2년 전 남편 직장을 따라 이곳으로 이사온 권미선(39)씨는 송도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채드윅 국제학교에 초등학생 아이를 보내는 그는 ‘교육’을 송도의 최대 매력으로 꼽았다. 권씨는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부산에서 송도로 이사 오거나 주말부부를 하고 있는 이도 많다”고 했다. 다만 쇼핑시설이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송도국제도시엔 대형마트가 없다. 권씨는 “장을 보려면 다리를 건너 인천
구시가지로 나가야 하는데 그 점이 불편하다”고 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수진씨도 같은 점을 불편함으로 꼽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겐 병원이 없는 것도 큰 불편이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포스코건설 박현아(37) 과장은 “아이가 아플 땐 곤란을 겪곤 한다”며 “송도 내엔 병원이 없어 인천·서울로 나가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IFEZ 이승주 과장은 “3~4년 내 세브란스 국제병원과 송도국제병원이 문을 연다”며 “주민 불편도 차츰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대 경제학과 양준호 교수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들어오면 송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국인을 위한 의료·교육 등 인프라 시설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도=김혜민 기자 has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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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민 기자 has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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