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의 독도 야욕, 실효적 지배 강화로 맞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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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 정부가 어제 공개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보고 많은 한국인이 실망했을 것이다. 왠지 모를 배신감에 허탈하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대국(大局)을 외면하고, 정해진 절차와 매뉴얼에 매달리는 일본 사회의 협량(狹量)이 안타깝다. 입으로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외치면서도 정작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게는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교육을 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흥분할 건 아니다. 목소리를 높여 핏대를 낼 것도 없다. 우리의 격(格)만 떨어진다. 그럴수록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일본이 뭐라고 하든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 영토다. 독도를 국제법상 영유권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불순한 의도에 말려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제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교과서검정심의회 심의를 통과한 중학교용 사회 교과서 18종 가운데 12종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고 있다. 23종 가운데 10종의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실린 지금보다 영유권 주장이 크게 강화되는 셈이다. 모든 지리와 공민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로 기술됐고,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교과서도 종전의 1종에서 4종으로 늘었다. 역사 교과서의 경우 과거를 미화하고, 치부(恥部)를 감추는 애국주의적 서술도 강화됐다. 2006년 개정된 교육기본법이 강조한 애국심과 국가주의 교육 원칙과 영토 교육의 강화를 요구한 문부성의 2008년 학습지도요령이 충실히 반영된 결과다.

 정부가 단호하되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기조 아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올바른 대응이라고 본다.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북방 열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의 대응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이 어설픈 대응으로 중국에 봉변을 당한 사례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쿵저러쿵 떠들 것 없이 독도에 헬기장과 방파제를 건설하고, 선착장과 어민 숙소를 확장하는 등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를 국제사회에 실증적으로 확인시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3·11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한·일 간에는 모처럼 우호·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과거사의 앙금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일본을 돕는 대열에 그 어느 나라 국민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조차 힘을 보태고 있다. 그동안 쌓인 성금만 350억원이 넘는다.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는 순수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는 대일(對日) 지원 열기가 교과서 때문에 식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증유의 재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에 대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인도주의와 독도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모를 국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