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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보다 2백만 배 빠른 컴퓨터

중앙일보

입력

IBM은 2년 전 '딥블루'(Deep Blue)
라는 이름의 컴퓨터로 세계 최고의 체스 명인 게리 카스파로프와의 게임에서 이겨 세계를 경악케 했다. 많은 이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인류의 패배'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제 IBM은 딥블루보다 훨씬 대담한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1억 달러를 투자해 까다로운 러시아 체스 챔피언보다 더 막강한 敵(감기에서부터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에 도전할 혁명적인 새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블루진'(Blue Gene)
으로 명명된 새 슈퍼컴퓨터의 정보처리 속도는 가위 천문학적이다. 1초에 1천조 개의 작업을 수행하는 최초의 '페타' 컴퓨터다. 오늘날의 최신 슈퍼컴퓨터보다 5백 배나 빠르고 개인용 컴퓨터(PC)
보다 2백만 배 빠른 속도다. IBM 연구소의 수많은 두뇌중 하나인 몬티 드노는 종래의 PC 속도를 막대그래프에서 3cm 길이로 표시한다면 블루진의 막대는 50km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 혼 IBM 연구소장은 "우리 말고는 아무도 이런 시도를 할 만큼 어리석거나 똑똑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블루진은 왜 그런 속도가 필요할까. 이 5년짜리 계획은 단순히 전혀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려는 시도가 아니다. IBM은 제약회사와 제휴, 분자생물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를 풀고자 한다. 인체의 유전자가 생산하는 단백질이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로 '접히는' 원리를 풀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 '분자식 종이접기'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치료법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작업은 너무도 복잡해 현재의 컴퓨터로는 극히 일부 과정만 간신히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페타 영역(1페타는 10의 15승, 1메가는 10의 6승)
에 진입하기 위해 IBM은 최초로 기존의 여러 디자인을 혼합할 것이다. 우선 블루진은 1백만 개의 프로세서를 사용할 것이다(현재의 대형 컴퓨터들은 약 5천 개의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

그러나 각각의 프로세서가 상대적으로 느린 연결 라인을 통해 메모리 시스템과 정보를 교환하게 하는 대신 컴퓨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메모리를 프로세서에 직접 새겨 넣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둘째 '캐시'(caches)
라 알려진 전력을 잡아먹는 데이터 저장 시스템을 생략함으로써 프로세서의 소형화·단순화를 꾀할 것이다. 그리고 프로세서 하나가 8개의 다른 명령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 칩 사이의 데이터 전송 속도도 눈 깜빡하는 순간 웹 전체의 내용을 쓸어담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2년 전 '인간 對 컴퓨터'의 체스 경기에서 카스파로프는 딥블루가 순간적으로 "마치 神처럼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블루진이 생명의 분자 미스터리를 풀어낸다면 神이 어깨 너머로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Jared Sandberg 기자
뉴스위크한국판(http://nwk.joongang.co.kr) 제 409호 199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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